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습적인 금리인하로 세계 경제를 짓누르던 먹구름이 상당부분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경착륙 위기에 몰렸던 미 경제가 되살아나고 미 증시는 상승랠리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와 증시도 수렁에서 벗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미 증시 전망 =월가에서는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FRB의 금리인하는 잔뜩 위축되고 있는 기업의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를 부추겨 경기 경착륙을 피하기 위한 긴급처방이다.

특히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극도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심리적 효과''가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금리인하는 증시에 대형 호재다.

FRB가 금리를 내린지 3개월 후에 S&P500지수는 10% 올랐고 6개월 뒤에는 19%, 1년 뒤에는 23.6% 뛰었다.

메릴린치의 투자전략가 크리스틴 캘리스는 "이번 금리인하로 미 증시의 본격적인 랠리가 시작됐다"고 단언했다.

월가에서는 일부 기술주와 금융주가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했다.

미 투자자문사인 매트릭스애셋매니지먼트의 수석투자분석가 데이비드 카츠는 "컴팩 휴렛팩커드 등 PC업체들과 핵심 기술주, 금융 및 소매업종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찮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언 셰퍼드슨은 "금리인하 약발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하 효과가 빨라야 하반기에나 기업의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소비심리가 극도로 나쁘고 기업들이 투자 및 생산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 경제가 단기간에 상승궤도에 오르기는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 인하 배경 =FRB는 발표문에서 △기업매출과 생산 둔화 △소비자신뢰도 악화 △금융시장 불안 △높은 에너지가격으로 인한 가계 및 기업의 구매력 감소 때문에 금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 경제는 작년 3.4분기 성장률이 2.2%로 전분기(5.6%)의 절반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제조업경기를 반영하는 12월중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도 지난 91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등 경기급랭 우려가 고조돼 왔다.

◆ 금리인하 붐 인다 =월가에서는 오는 30∼3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FF) 금리를 0.25%포인트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FRB가 공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1.4분기에 연방기금 금리가 연 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금리인하 조치는 세계 각국의 금리인하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이 4일 곧바로 기준금리를 연 7.5%로 인하한데 이어 호주 필리핀 등도 금리인하를 검토중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3~4월께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