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5일 민주당 소속 의원 등과의 만찬에서 "안기부 돈 1천1백억원을 갖다 쓴 확증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며 "그러나 안보를 지키고 간첩 잡으라는 예산을 선거에 쓴 것을 용납하면 법치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나도 정치자금을 받았으나 조건붙은 불의한 돈을 받은 적은 없으며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며 "정도를 가겠으며 법치를 확고하게 바로 세우겠다"고 정면 돌파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새해에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과 물러난 뒤 평가받겠다는 두가지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의 자민련 이적과 관련,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지만 사술을 부리거나 정도에서 크게 어긋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야당의 공세를 일축했다.

김 대통령은 "2년간 열심히 도와달라. 그리고 나서 국민이 지지하고 우리에게 다시 일을 맡기면 누가 맡든지 소명을 이어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정권 재창출에 연연하기보다는 경제개혁 등 과제를 원칙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 대통령은 또 "금융노조 대우차 한전 철도청 파업 등에 원칙을 갖고 임해 왔고 의약분업도 정착시켰다. 앞으로도 확고한 의지와 원칙을 가지고 법대로 하겠다"고 역설했다.

김 대통령은 "내일 아침 만 77세가 된다. 나는 건강하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민족과 국민을 생각해서 나를 도와주고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참석자에게 당부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