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을 가로지른 39번 국도 옆 야트막한 산 아래엔 3층짜리 깔끔한 빨간벽돌 건물이 하나 있다.

창가마다 꽃 화분이 놓여있는 이 아담한 건물 현관엔 8개의 국기게양대에 미국 일본 영국 중국 등의 국기가 나부끼고 있다.

마치 가족용 호텔 같다.

그러나 이곳은 호텔이 아니라 중소기업인 유도실업(대표 류영희)의 본사.

국기가 걸린 8개국은 다름아닌 유도실업이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나라들이다.

도대체 뭘 만들어 파는 회사이길래 그 많은 나라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을까.

이 회사의 주력제품은 플라스틱 사출금형에 들어가는 ''핫러너(Hot runner)시스템''.

이는 액체 수지가 금형의 홀까지 흐르는 가느다란 통로(스프루와 러너)를 가열시켜 수지가 계속 녹아있게 함으로써 최종 제품에 군더더기가 붙지 않도록 하는 것.

일반적인 사출금형의 경우 스프루와 러너 부분에 있는 수지도 함께 굳어나와 성형제품에서 이를 잘라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그러나 핫러너시스템을 설치하면 공정이 간단해져 생산성을 30%나 높일 수 있다.

지난 80년 출범한 유도실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핫러너시스템을 개발했다.

당시 외국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었다.

시판하자마자 내수시장 점유율은 70%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류 사장은 불만이 있었다.

판매단가였다.

같은 품질인 데도 국산은 무조건 값을 후려치려는 수요업체의 자세.이 때문에 국내 판매는 늘어나도 이익은 불릴 수 없었다.

''결국 돈을 벌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

류 사장은 90년대 중반부터 수출전선에 나섰다.

그는 처음부터 철저히 ''돈버는 수출전략''을 구사했다.

첫째가 비싸게 파는 고가전략.

원가와 관계없이 시장가격을 보고 수출단가를 높은 수준에서 책정했다.

결과적으로 수출가격은 내수가격보다 2.5배 정도 비쌌다.

싸게 많이 팔기 보다는 적게 팔더라도 비싸게 팔아 이익을 많이 내자는 의도였다.

두번째는 직영판매 고수.

현지 수입업자를 통하지 않고 실수요자에게 제품을 직접 팔았다.

중간 마진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는 지난 95년 일본을 시작으로 수출지역엔 반드시 현지법인을 세웠다.

이렇게해서 해외현지법인이 작년 6월 설립한 인도네시아 법인을 포함해 모두 8개가 됐다.

유도실업은 지난해 매출액 2백14억원중 70% 이상을 수출을 통해 얻었다.

내수업체에서 어엿한 수출기업으로 변신한 것.

덕분에 지난 98년 IMF체제때에도 직원들에게 5백%의 성과급을 줄 수 있었다.

"처음엔 외국시장을 뚫는 게 힘들지요. 하지만 제품 품질만 자신 있으면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수출가격은 품질로 결정되니까요"

저수익의 내수시장에서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의 살 길은 수출 밖에 없다고 류 사장은 거듭 강조했다.

(031)350-2600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