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앞서 나간 것 같습니다. 더 솔직히 얘기하면 국내 여건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것 같아요"

국내 대표적 지식거래 사이트 운영업체인 I사의 K(41)사장은 지난 한해를 이렇게 정리했다.

그래서 올해에는 기존 사업과는 전혀 연관 없는 솔루션 유통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외국 솔루션 개발업체와 총판 계약도 체결했다고 한다.

본업인 인터넷 지식거래는 현상 유지를 하는 선에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지식이나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풍토가 정착되지 않는 한 기존 사업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K사장의 결론이다.

유망 인터넷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ASP(소프트웨어 온라인임대)를 추진중인 P사.이 회사 L(38)사장은 사업 계획을 모두 새로 짜고 있다고 했다.

진짜 돈이 되는 대기업 고객들은 정보 유출등을 의심해 서비스 이용을 꺼리고 있어 예상 수익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L사장 역시 "미국의 경우 인사및 총무등 핵심 분야도 아웃소싱이 활성화돼 있다"며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인터넷의 속성과 궁합이 맞지 않는 ''한국적'' 풍토 때문에 국내 인터넷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이들 벤처 기업가가 국내 여건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섣불리 접근한데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미국의 인터넷 사업모델을 그대로 가져오는 우(愚)를 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무작정 공짜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국내 인터넷 서비스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투명하지 못한 기업 경영 관행이 계속된다면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와 같은 선진화된 경영도구도 무용지물이 될게 뻔하다.

지난해가 토착화되지 못한 인터넷 사업 모델은 실패한다는 교훈을 얻은 한해였다면 올해는 성숙된 인터넷 문화 환경 위에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이 꽃을 피우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철수 정보과학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