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드기업들과 언제든지 제휴할 수 있도록 핵심역량을 다진다"

국내 디지털 경영의 원조로 불리는 구자홍 LG전자 부회장(55)의 새해 경영출사표다.

구 부회장은 "21세기엔 글로벌 제휴가 기업생존전략의 필수요건이기때문에 세계적인 리더기업들이 매력을 느끼도록 회사 내실을 다지는데 당분간 전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딸을 훌륭하게 키워놓으면 좋은 신랑감은 저절로 나타나게 마련"이라는 비유로 "글로벌제휴전략"을 집약했다.

지난 6일 구 부회장을 서울 여의도 트윈빌딩 15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소니와 인텔은 추구하는 길이 서로 다릅니다.

LG전자가 추구하는 경영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소니가 세계전자업계 리더중의 하나이고 분명히 매력적인 회사이지만 지금 LG도 소니의 길을 가야할 것인지에 대해선 냉정한 시각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이를테면 소니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2를 만들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전략을 선택해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우리도 당장 플레이스테이션2와 같은 "무언가를 찾자"고 해야할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소니와 같은 글로벌시장을 리드하는 역량을 갖췄는가에 대해 확신하긴 이르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핵심역량을 확고부동한 세계 최고로 키우고 시장을 다지는 것이 이 시점의 과업이라고 확신합니다"

-구체적인 전략이 궁금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차별적으로 실력을 쌓아온 분야에서 더 한층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수익구조를 한층 강화하는 것이지요.

냉장고와 같은 기존 가전 부문은 세계 시장 성장성이 10%미만이지만 LG는 앞으로 10년 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디스플레이 칩등에서 앞선 기술을 확보한 디지털TV와 단말기등 디지털제품에서 차별적인 역량을 쌓아나갈 것입니다."

-단기적인 전략이 그렇다면 LG로선 장기 전략차원에서 글로벌 제휴는 필수라고 보여지는데요.

"디지털 시대엔 혼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제휴는 곧 생존 그 자체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할 일은 LG만의 "월드와이드 경쟁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차세대 통신인 IMT-2000에서 기지국이나 교환국등 시스템분야의 탐나는 기술을 확보하면 노키아든 에릭슨이든 손잡자고 달려오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파트너를 찾을 때가 아니라 좋은 파트너가 매력을 느끼도록 실력을 키울 때라고 봅니다."

-지난해 경영성과와 올해 계획을 들려주시지요.

"지난해엔 매출액이 전년보다 40%이상 신장해 15조원 정도를 기록하고 경상 이익은 사상 최대인 7천7백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올해엔 세계경기 둔화등을 감안해서 신장률을 낮춰 매출 16조4천억원,경상이익 6천2백억원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이를위해 8천억원정도를 투자해 디지털TV,PDP및 첨단 통신장비 사업을 집중 육성할 예정입니다.

특히 연구개발분야에만 1조원정도를 투입해 디지털관련 제품과 홈네트워크와 모바일네트워크 분야의 기술 개발과 조기 상품화를 추진할 방침입니다"

-이익이 많이 난 브라운관 사업을 분리했는데 수익 구조에 이상이 없겠습니까.

"성장성이 높은 디지털TV,IMT-2000관련 첨단통신장비사업 외에도 수익성높은 사업을 보유하고 있어 걱정하지 않습니다.

세계 1위인 광스토리지 분야와 세계 주요 PC업체에 공급하고 있는 노트북PC등 컴퓨터 관련 사업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작년에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선 에어컨을 비롯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의 백색가전분야는 대규모의 신규 투자 없이도 매년 큰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합병한 정보통신과의 시너지효과는 어떤가요.

"합병후 연구개발과 글로벌 마케팅분야에서 시너지를 위한 작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보통신분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지요.

그 결과 국내 시장에서 단말기판매가 크게 높아졌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아 대규모 수출도 성사되는 등 초기부터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기술과 마케팅 결합을 신기술을 개발하고 정보와 가전의 복합제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