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으로 향하는 우주선 디스커버리호 안에서 인간의 것과 똑같은 두뇌와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9000은 우주선의 모든 곳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할9000은 의도적으로 통신 장비를 고장난 것처럼 한다.

두 명의 승무원은 할9000의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

9000 시리즈는 역사상 한 번도 실수가 없었다.

두 명의 승무원은 컴퓨터 전원을 끌 것을 모의한다.

할9000은 이들이 대화하는 입술 모양을 읽고 이들의 계획을 알아차린다.

결국 우주공간으로 나간 승무원 한 명을 죽이고, 동면에 들어 있던 승무원 3명도 동면 시스템을 해제해 모두 죽여버린다.

아서 클레이크(Authur C. Clake)의 소설 "2001"을 토대로 제작된 SF 걸작영화 "2001, A Space Odyssey"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생각하고 말하며 체스를 두고 또한 우주 비행사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컴퓨터의 등장.

이젠 영화 속 상상으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류에게 축복을 줄 것인가 아니면 재앙을 초래할 것인가에 대한 해석은 아직도 뜨거운 논쟁거리로 남아 있지만 멀지않은 미래에 현실의 문제로 닥칠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인공지능 컴퓨터는 아직 완전하게 실현되지 않은 상태.

그러나 많은 컴퓨터학자들이 예견하듯 인공지능의 가능성은 이미 검증된 기술로 여겨질 정도로 우리곁에 바짝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 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저서 "21세기 호모 사피엔스"에서 2020년쯤이면 개인용 컴퓨터 1대가 인간 두뇌를 따라잡을 것이라며 2029년에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97년 IBM의 수퍼 컴퓨터 디프블루가 러시아의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굴복시켜 인류를 경악하게 만든 일은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최초의 컴퓨터 애니악이 탄생한지 51년만의 일이었다.

현재보다 완전한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연구는 여러 분야로 나뉘어져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연어 처리 <>음성인식 <>전문가시스템(ES) <>영상처리 <>로봇 <>게임 <>퍼지논리 <>신경회로망 등 크게 8개 분야를 들 수 있다.

<> 음성인식 =음성인식은 공기 진동을 음소나 단어로 바꾸는 연구 분야다.

음성을 인식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뚜렷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IBM, AT&T, 마이크로소프트(MS)사 등 컴퓨터 및 통신회사들은 독자적인 대용량 음성 인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자사의 관련 제품에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영어권에서 팔리는 PC(개인용 컴퓨터)용 프로그램으로 드래곤시스템즈사의 포인트앤스피크(Point & Speak)는 IBM PC와 MS 윈도 상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은 약 90% 이상의 실제 인식률을 자랑하며 1분내에 약 1백60자를 인식해서 실제 말하는 속도를 그대로 받아쓸 수 있다.

<> 전문가 시스템 =ES는 어떤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처럼 생각하고 추론할 수 있는 기계다.

예를 들면 의료진단 전문가 시스템은 환자의 증상, 생활양식, 테스트 결과, 그리고 다른 관련된 사실들을 입력받아서 이들을 기초로 질병 여부를 판단하고 나아가 치료약을 처방한다.

현재 가장 많이 개발된 인공지능의 응용분야다.

<> 영상처리 =시각적인 영상을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은 스스로 어떤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현재 무인 항공기와 우주탐사 차량 등의 우주 탐험, 조사 응용에 많이 쓰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출입국자 자동 얼굴 검색 시스템, 속도 위반 차량번호 자동 인식 및 검색에도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차량번호 자동 인식 시스템은 이미 10년 전에 시스템공학연구소(SERI)에서 기본 연구가 이뤄져 현재 전국 도로망에서 속도위반 및 도난차량 검거에 사용되고 있다.

같은 기술이 주차장 자동관리 시스템 등으로 다양하게 상용화되고 있다.

<> 로봇 =과학 소설이나 실제에 있어서 로봇은 일반 대중의 상상을 독차지하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의 한 부분이다.

로봇은 이미 자동차를 제작하고 농작물을 경작하며 또한 다른 생산적 활동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주왕복선이나 우주탐사선 등에서 보듯 보다 지능적이고 독립적인 로봇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일본 소니사는 "아이보"라는 이름의 로봇 강아지를 2천3백달러에 팔았다.

아이보는 감정과 본능, 성장, 학습 기능을 갖추고 있다.

최근 몇몇 로봇 모델은 노여움이나 즐거움 같은 감정까지도 표현한다.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사람을 흉내내어 꽃을 집어들거나 시약을 컵에 따르는 등의 행동을 하는 연구용 지능로봇 "센토"를 개발했다.

각 분야에 걸쳐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끝없이 인간에 접근하고 있다.

나름의 생성, 소멸, 진화를 반복하면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전망이다.

이일병 < 연세대 기계전자공학부 교수 yblee@csai.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