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하늘과 땅은 만물의 주막이요,세월은 백대의 길손인지고,환락의 날 헤자면 몇 날이뇨? 인생은 꿈과 같으니 선인이 촛불 밝혀 눈 비비며 밤새 논 것도 그 때문이라.지금 봄이 자욱한 경개로 나를 부르네,천지가 날더러 글쓰라 하네"(이백)

중국역대산문을 모은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학고재)가 출간됐다.

고려대 중문과 명예교수 허세욱씨가 편역한 이 책에는 굴원,도연명,이백,한유,백거이,유종원,구양수,소식 등 역대 문장가의 명편들이 담겨있다.

제갈공명의 출사표에서 도연명의 귀거래사까지 다양한 종류의 짧은 글이 한데 모여있다.

"사람이 잠시 뜻을 얻었을 때는 자기만족에 취하여 만년이 성큼 다가옴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시들해졌을때 마음이 사물의 변화를 따라 식으면서 슬픔이 뒤따른다.

목숨을 길게 누리거나 짧게 꺾이는 일은 오직 자연에 맡길 뿐,생명의 끝까지 그냥 걸어갈 수밖에 없다"명필 왕희지는 이 글에서 사람마다 경우는 다르지만 슬픈 까닭은 모두 같다고 말한다.

도연명도 귀거래사에서 "부럽구나,저 자연의 철 따른 운행이.슬프다,내 인생의 가고 머무는 걸음이.애오라지 자연의 조화 따라 사라지거늘 하늘이 주신 저 천명을 즐길뿐 무엇을 의심하리오"라고 읊었다.

"배는 그만 두고."에는 천리마를 제대로 부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꾸짖은 한유의 "세상에 천리마가 없는 이유",자신을 모함하는 자를 파리에 비유한 구양수의 "쇠파리야",목숨 걸고 뱀을 잡아 세금을 대납하려는 가난한 백성 이야기인 유종원의 "땅군"등이 실려있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청나라 말기까지 시대별로 정리돼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