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가벼운 산문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나온 소설가 윤대녕의 "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문학동네)과 소설가 박상우의 "내 영혼은 길위에 있다"(이룸)는 여행과 음악을 주제로 한 에세이집이다.

윤씨는 소위 "여로형"소설의 대표주자다.

윤씨 소설의 주인공들은 항상 어디론가 떠난다.

선운사,남해 금산,실크로드,파리..산문집 "그녀에게..."는 여행중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윤씨는 필리핀,인도네시아,일본,제주도,낙산 등에서 느낀 삶의 단상을 펼쳐놓는다.

"프랑스 소설가 모리스 블랑쇼는 일본에 가서 죽고 싶다고 했습니다.

미적 기호와 상징이 풍부한 나라이기 때문이겠죠.

일본에서 국화 김치를 보는 순간 나는 그것을 실감했습니다.

노란 국화잎을 절여 조몰조몰 손가락으로 쥐어 꽃무늬 접시에 올려놓았더군요"

작가 특유의 감성은 음악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빛을 발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이나 비지스의 "Holiday"등이 그 예다.

소설가 박상우도 음악에 관한 한 윤대녕에 뒤지지 않는다.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만든 영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이해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던 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나에게 길을 가르친 것은 외로움이다.

길위에 있는 동안 나는 가장 깊은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어느 곳에서건 가던 길을 멈추면 그 순간부터 다시 길 나설 궁리를 한다.

그리하여 나는 끝없이 떠나고 돌아온다.

출구가 보이지 않을때 길을 떠난다"

윤승아 기자 ah@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