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 샌타클래라시 미션 칼리지가에 위치한 칩 제국 인텔.

건물 외관만 봐서는 주위의 다른 벤처기업과 크게 다를게 없다.

안으로 들어서도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점 말고는 별다른 특징을 찾아 볼 수 없다.

안내를 맡은 홍보 담당자인 로라 앤더슨씨에게 e비즈니스 센터가 따로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의 답은 의외였다.

인텔 본사 전체가 e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전략기지"라는 것이다.

인텔은 e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별도의 조직이 없을 정도로 e기업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전세계 57개국에 있는 6천여 고객사에 전자상거래를 통해 직접 제품을 팔고 있다고 한다.

간접적인 고객사까지 포함하면 10만개사와 B2B(기업간)거래를 하고 있다.

이같은 거래는 인텔 홈페이지(www.intel.com)내 IBL(인텔 비즈니스 링크)을 통해 이뤄진다.

PC 제조업체들은 매일 이곳에 접속해 제품을 구매한다.

제품 수급 상황을 알려 주는 별도의 사이트(SLM)도 있다.

이같은 쌍방향 정보 교환을 통해 인텔 고객은 적기에 주문을 낼 수 있다.

B2B뿐 아니라 임직원들의 업무도 주로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서버 용량을 계속 늘려도 수요를 좇지 못할 정도다.

e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샌드라 모리스 부사장은 "전체 회사 업무의 95%를 인터넷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놀드 블라스 아.태지역 브랜드 마케팅그룹 담당 이사는 "PC제조업체 및 부품 공급업체들과 공급망관리(SCM)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케팅이나 지원조직도 인터넷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런 노력은 이미 결실을 보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인텔의 월간 매출은 20억달러 규모.

지난 한햇동안은 2백억달러를 넘었다.

1년전에 비해 두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규모면에서 세계 1위다.

홈페이지 접속 건수도 하루 평균 5백만건이 넘는다.

앤디 그로브 회장의 뒤를 이어 인텔을 이끌고 있는 크레이그 배럿 사장은 "앞으로 3~4년 안에 세계적으로 10억대 이상의 PC가 인터넷에 연결돼 한 해 1조달러 이상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라며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인텔은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마이크로 프로세서에 이어 e비즈니스(인터넷)를 또 다른 신화를 일궈낼 사업 기회로 삼고 있다.

더 이상 PC에만 의존하지 않고 무궁한 잠재력을 지닌 인터넷 인프라 공급업체로 거듭 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 지향적 혁신 능력을 바탕으로 PC 이후를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컴퓨터 산업의 기반 기술자"라는 기업 모토는 이제 낡은 구호가 됐다.

지난 85년 메모리 사업을 접고 칩셋 사업체로 변신했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배럿 사장은 "PC는 물론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등을 표준화하고 통합하는 모듈 방식의 인터넷 솔루션을 인텔이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럿 사장은 이같은 야망을 위해 작년 회사의 총 연구개발비 가운데 50%를 서버 및 솔루션 개발에 투입했다.

배럿 사장은 "앞으로 10년간 인터넷 및 네트워킹 매출을 매년 50%씩 늘려 최근 10%대로 둔화된 매출 증가율을 20%대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칩 메이커라는 덫에 갇히지 않기 위해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든 인텔의 모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샌타클래라(미국)=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