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새는 政爭] 정치가 또 '腦死경제' 만든다 .. 경제파장 입체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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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결정적인 시기에 또 한번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정쟁에 국민들은 지칠대로 지쳐 있다.
IMF 3년차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정치권에서는 그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경제는 아예 뒷전이고 정치논리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몇몇 법안은 의원 개개인의 이해까지 겹쳐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급한 구조조정이 뒤뚱거리고, 증시가 영향을 받고, 소비가 위축되고, 대외 신인도가 심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 겉도는 개혁 =여야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경제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법안의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요구로 10일부터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민주당이 "방탄국회"라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안건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식물국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담배사업법은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한 핵심 법안으로 꼽히고 있으나 재정경제위원회에 상정조차 안됐다.
담배인삼공사의 제조 독점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과 관련, 입담배 생산농가의 반발을 의식한 의원들이 심의에 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 처리 지연으로 4대부문 개혁 과제 가운데 가장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개정안은 주식 이전.교환제도를 신설하고 정관 규정이 없더라도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자사 주식을 취득해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법처리 지연으로 지주회사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에 애로가 발생하고 있으며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 정리계획안의 사전 제출제도를 도입하는 등 법정관리 절차의 조속한 진행을 유도,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출된 회사정리법은 아직까지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기업 퇴출제도 개선이 시급한데도 국회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건전화법, 기금관리법, 예산회계기본법, 금융건전화법 등 여야가 이미 제.개정 원칙에 합의한 법안들도 정국 경색으로 인해 언제 처리될지 모르는 처지다.
추경편성 요건을 엄격히 제한해 재정적자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의 재정건전화법과 방만한 운영으로 엄청난 재정부담을 가져오고 있는 기금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기금관리법 등은 건실한 재정 운용을 위해 필수적인 법안으로 꼽히고 있다.
검은 돈의 세탁과 해외 자금 도피 등을 막기 위한 금융정보분석기구(FIU)의 설치 근거를 담고 있는 "특정금융거래 정보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과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도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들 법안이 정치자금 조사에 활용될 것을 우려한 정치권이 법 처리에 소극적이어서 외환자유화 조치에 따른 보완대책이 부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보안법, 인권법, 반부패 기본법 등 개혁법안과 의약분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약사법 개정안 등의 심의도 지연되고 있다.
<> 흔들리는 증시 =여야 대치정국은 증시에도 잠재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들어서야 겨우 활기를 되찾은 증시가 정국불안의 여파로 "반짝 장세"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연말 504.62에서 지난 5일 580.85로 4일동안 15.1% 상승했다.
지난해 하락폭이 워낙 컸던데다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을 투자자들이 높이 평가한 덕택이다.
하지만 대치정국이 본격화된 뒤 열린 8일엔 종합주가지수가 장중 내내 약보합권에 머물다 5.80포인트 상승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일차적인 원인은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과 미국 증시의 불안에 있긴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꼬여가는 정국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원 임대 사건, 여야 영수회담 결렬, 구 여권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 등으로 인해 여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정치가 다시 경제 발목을 잡는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퍼지면서 매물이 흘러 나왔다는 것이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증시는 나름대로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면서도 "하지만 정국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왜곡이나 구조조정 지연등으로 증시가 또다시 침체국면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 속타는 민생 =국민들의 생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우선 소비자보호를 위해 도입키로 한 자발적 리콜(recall) 권고제도와 결함정보 보고의무제도는 당초 계획했던 오는 4월1일 시행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새 제도가 시행되려면 법 개정 후 시행령과 하부규정이 개정돼야 하고 홍보기간도 충분해야 한다"면서 "재경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가 지속되면 도입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자발적 리콜 권고제도란 물품이나 용역이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상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중앙행정기관장이 리콜명령 전단계 조치로 사업자에게 자발적 리콜을 권고하는 것을 말한다.
결함정보 보고 의무제도는 사업자가 자사 제품의 결함사실을 알게된 경우 일정기간 이내에 정부에 보고토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위반시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채권회수 대행기관(신용정보회사)들의 사생활 침해 행위를 막기 위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1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박준동.김남국.김인식 기자 jdpower@hankyung.com
끝없이 이어지는 정쟁에 국민들은 지칠대로 지쳐 있다.
IMF 3년차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정치권에서는 그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경제는 아예 뒷전이고 정치논리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몇몇 법안은 의원 개개인의 이해까지 겹쳐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급한 구조조정이 뒤뚱거리고, 증시가 영향을 받고, 소비가 위축되고, 대외 신인도가 심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 겉도는 개혁 =여야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경제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법안의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요구로 10일부터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민주당이 "방탄국회"라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안건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식물국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담배사업법은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한 핵심 법안으로 꼽히고 있으나 재정경제위원회에 상정조차 안됐다.
담배인삼공사의 제조 독점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과 관련, 입담배 생산농가의 반발을 의식한 의원들이 심의에 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 처리 지연으로 4대부문 개혁 과제 가운데 가장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개정안은 주식 이전.교환제도를 신설하고 정관 규정이 없더라도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자사 주식을 취득해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법처리 지연으로 지주회사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에 애로가 발생하고 있으며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 정리계획안의 사전 제출제도를 도입하는 등 법정관리 절차의 조속한 진행을 유도,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출된 회사정리법은 아직까지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기업 퇴출제도 개선이 시급한데도 국회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건전화법, 기금관리법, 예산회계기본법, 금융건전화법 등 여야가 이미 제.개정 원칙에 합의한 법안들도 정국 경색으로 인해 언제 처리될지 모르는 처지다.
추경편성 요건을 엄격히 제한해 재정적자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의 재정건전화법과 방만한 운영으로 엄청난 재정부담을 가져오고 있는 기금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기금관리법 등은 건실한 재정 운용을 위해 필수적인 법안으로 꼽히고 있다.
검은 돈의 세탁과 해외 자금 도피 등을 막기 위한 금융정보분석기구(FIU)의 설치 근거를 담고 있는 "특정금융거래 정보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과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도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들 법안이 정치자금 조사에 활용될 것을 우려한 정치권이 법 처리에 소극적이어서 외환자유화 조치에 따른 보완대책이 부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보안법, 인권법, 반부패 기본법 등 개혁법안과 의약분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약사법 개정안 등의 심의도 지연되고 있다.
<> 흔들리는 증시 =여야 대치정국은 증시에도 잠재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들어서야 겨우 활기를 되찾은 증시가 정국불안의 여파로 "반짝 장세"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연말 504.62에서 지난 5일 580.85로 4일동안 15.1% 상승했다.
지난해 하락폭이 워낙 컸던데다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을 투자자들이 높이 평가한 덕택이다.
하지만 대치정국이 본격화된 뒤 열린 8일엔 종합주가지수가 장중 내내 약보합권에 머물다 5.80포인트 상승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일차적인 원인은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과 미국 증시의 불안에 있긴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꼬여가는 정국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원 임대 사건, 여야 영수회담 결렬, 구 여권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 등으로 인해 여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정치가 다시 경제 발목을 잡는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퍼지면서 매물이 흘러 나왔다는 것이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증시는 나름대로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면서도 "하지만 정국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왜곡이나 구조조정 지연등으로 증시가 또다시 침체국면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 속타는 민생 =국민들의 생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우선 소비자보호를 위해 도입키로 한 자발적 리콜(recall) 권고제도와 결함정보 보고의무제도는 당초 계획했던 오는 4월1일 시행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새 제도가 시행되려면 법 개정 후 시행령과 하부규정이 개정돼야 하고 홍보기간도 충분해야 한다"면서 "재경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가 지속되면 도입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자발적 리콜 권고제도란 물품이나 용역이 소비자의 생명.신체.재산상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중앙행정기관장이 리콜명령 전단계 조치로 사업자에게 자발적 리콜을 권고하는 것을 말한다.
결함정보 보고 의무제도는 사업자가 자사 제품의 결함사실을 알게된 경우 일정기간 이내에 정부에 보고토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위반시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채권회수 대행기관(신용정보회사)들의 사생활 침해 행위를 막기 위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1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박준동.김남국.김인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