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시스템(대표 신동주)은 인터넷교환기로 통하는 라우터와 스위치 등의 네트워크 장비와 제어보드인 산업장비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만 해도 1백여종에 이른다.

이 회사는 외환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급성장했다.

외산만을 고집하던 통신사업자들이 환율폭등으로 구매비용이 급증하자 값싼 국산에 눈을 돌렸던 것.

한아는 이에 힘입어 1998년 정통부 체신분산망에 라우터 1천7백여대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통신 코넷망에 2만여대,하나로통신,데이콤 등에 장비를 공급했다.

국내 소형 라우터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업체로 성장할 만큼 내수기반이 탄탄해졌다.

이를 토대로 해외시장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작년 11월엔 보수적인 일본시장을 뚫었다.

일본의 NTN에 1천3백40만달러어치의 네트워크 장비를 수출키로 계약했다.

신동주 사장은 "네트워크 장비업체로서는 첫 일본시장 진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학내망 시장 진출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 추진에 이어 미국 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신 사장은 성공비결로 "거래선과의 신의를 중시하고 정확한 목표를 정해 팔릴제품을 만드는 유통채널 우선전략"을 꼽았다.

외산장비 베끼기는 절대금물이라는 게 신 사장의 지론이다.

부단한 연구개발이 뒷받침된 것은 물론이다.

신 사장은 "개발 독립군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사명감에 불탔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낮에는 기술용역,밤에는 독자기술 개발로 보낸 세월이 작지만 강한 기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 사장이 창업한 1991년만해도 네트워크 장비는 두터운 시장 진입 장벽,투자 후 회수 기간이 길다는 이유 등으로 대기업조차 국산화를 외면했던 때였다.

LG전자(구 금성사)라는 보금자리를 박차고 7명의 연구원들이 의기투합해 데이터 통신장비 개발에 나선 게 한아시스템의 초석이 됐다.

신 사장 특유의 조직장악력은 기술개발의 촉진제가 됐다.

대학시절 산악회 활동을 한 그는 그때의 경험을 경영에 적용했다.

구성원간에 어느 고지를 점령할 지 합의를 이끌어내고 내리막길 등을 지나며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이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관리자는 위로 올라갈수록 더욱 높은 곳에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시야가 필요하다"는 CEO 등산론을 펴기도 했다.

신 사장은 올해 품질불량 제로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 사장이 당분간 경기도 이천공장으로 출근키로 한 것도 품질개선을 위해서다.

이 회사는 올해 1천억원의 매출과 1백20억원 순익을 예상하고 있다.

매출의 경우 작년 실적(4백5억원)에 비해 1백50% 늘어나는 것.

지난 97년이후의 매년 2배이상 매출성장 기록을 계속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네트워크 장비로만 6백억원의 매출을 자신하고 있다.

작년부터 연구개발에 들어간 중형라우터,백본 스위치,홈 게이트웨이 등을 올 상반기부터 본격 출시하기 때문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