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전자 및 통신기기 업체들이 본사기능만 남긴 채 공장을 따로 떼어낸 후 제품생산을 외부에 위탁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신제품 개발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수익전망은 불투명해진데 비해 대규모 설비투자 리스크는 부쩍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미쓰비시전기가 1998년 미국의 휴대전화 생산공장을 솔렉트론에 매각하고 위탁방식으로 제품생산을 전환한데 이어 2000년에는 NEC 소니 샤프 등이 잇달아 이같은 방식을 도입했다.

NEC는 작년 6월 미국법인 NEC컴퓨터스의 제품생산을 솔렉트론에 맡긴후 12월에는 유럽수출용 휴대전화를 만드는 영국공장을 캐나다의 세레스티카에 매각하고 위탁생산으로 돌아섰다.

소니는 금년 4월을 목표로 13개 일본내 생산거점을 하나로 통합한 신제조회사 ''소니EMCS''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마쓰시타전기는 작년 11월 각 사업부로부터 공장을 독립시키고 외부위탁생산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샤프는 대만 UMC그룹이 설립한 일본파운더리에 자본참여를 통해 작년 11월부터 플래시메모리 반도체의 생산을 맡기고 있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이같은 방식이 투자위험을 낮추면서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첨단 생산시스템으로서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설계와 기획 생산에 이르기까지 타사 브랜드 제품을 수탁받아 취급하는 전문서비스(EMS,일렉트로닉스 매뉴팩처링 서비스)사업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오카무라 마사시 도시바 사장은 "외부위탁생산은 양날의 칼과 같다"며 "일본메이커의 강점인 기술력 등 지식재산권 유출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