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우화를 연극으로 본다''

러시아 마임극 리체데이는 어린이용 소극(笑劇)이 아니다.

허리가 끊어져라 웃다 보면 코끝이 찡해 온다.

푸른색 달이 떠있는 무대.

빨간 코주부 둘이 앉아서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한다.

분위기는 사뭇 비장하지만 어딘지 우스꽝스러운 데가 있다.

코주부는 머리에 권총을 대고 한 발 쏜다.

무사할 때마다 보드카 한 잔.

한꺼번에 여러 발을 쏘지만 총알은 나오지 않는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데 품 안에 그렇게 마신 술병이 한아름이다.

인생의 부조리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데''눈물보다 웃음이 먼저 나온다.

다음 장면엔 등에 칼과 도끼가 꽂힌 남녀가 등장한다.

코주부 영감은 화살을 맞은 상태다.

머리 가슴 배….

화살은 사정없이 꽂힌다.

영감의 ''손장난''인지라 쑥 뽑아서 두동강내면 끝이다.

코주부 영감은 간단한 해결책을 두고 내내 혼자 몸부림친 것이다.

모두 12개의 짧은 극이 옴니버스식으로 엮여 있는 리체데이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작품이다.

황소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순간 거꾸로 잡아먹히는 투우사 등 역설적인 상황이 많다.

1968년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시작된 광대극 리체데이는 찰리 채플린의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02)580-1234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