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추운 날,네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만나 겨울골프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요즘 골프치기 싫으시죠?"

"그럼,아무리 골프가 좋아도 그렇지,이렇게 추운데 무슨 골프!"

"극기 훈련할 일 있어요? 이런 날 골프치게"

"얼어붙은 땅에서 뒤땅이라도 치는 날에는 관절 상한다고요"

봄,여름,가을에는 이틀이 멀다하고 골프치러 다니던 골프광들인데 갖가지 이유로 겨울골프의 나쁜 점에 대해 열거한다.

추위 앞에서 약해지는 뭇골퍼들의 의견이다.

그때 ''고수'' 한 분이 합석했다.

보통 고수가 아니다.

1년에 4백회 라운드,총 3천번의 라운드를 한 기록을 갖고 있는 분이다.

역시 진정한 고수는 생각도 달랐다.

"겨울골프에는 다른 계절에 맛볼 수 없는 재미가 있습니다.

내 의지대로 치는 골프를 할 수가 있지요.

보통 사람들은 땅이 얼어서 볼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저는 티잉그라운드에서 생각합니다.

''땅이 이만큼 얼어 있으니 볼을 어느 방향으로 보내면 얼마만큼 굴러갈 것이다''라고.

그걸 미리 계산하며 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내 예측이 딱딱 맞아 떨어졌을 때의 쾌감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러니 코스를 전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눈이 생기지요"

뭇골퍼들은 겨울골프를 꺼린다.

새벽 칼바람과 싸워야 하는 것은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골프 예찬론자의 또다른 의견도 있다.

''저는 겨울골프야말로 동반자끼리 우의를 다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해요.

새벽 칼바람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라운드 제의에 따르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친구죠.

제가 겨울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또 따라오는 뒷팀이 없어 여유롭기 때문이에요.

거기에다가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니 동반자에 대한 배려와 아량을 그만큼 베풀 수도 있지 않아요?''

귀기울일 만한 내용이다.

앞서 말한 고수께서 한 말씀 더 곁들였다.

천하의 그가 요즘 집중적으로 레슨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뭘 배울게 있다고….

그 고수의 겨울골프 예찬과 레슨이야기에,잔뜩 움츠러들어 ''겨울 골프는 고문''이라고 입을 모으던 네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할 말을 잃고 묵묵히 밥만 먹었다.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