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 기획예산처 기획관리실장 thkim49@mpb.go.kr >

다사다난했던 경진년이 가고 신사년이 밝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으레 나름대로 기대감 섞인 설계를 하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최근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자신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좌절과 상실,패배주의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하강추세를 보이고 있고,주가는 올들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작년 초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구조조정이 급류를 타며 실업자가 늘어나는 등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 경제가 자신감을 상실할 정도로 어려운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년에 우리 경제는 9% 내외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 이상 성장한 나라는 홍콩 싱가포르 등 전세계에서 3∼4개국에 불과하다.

물가는 2.3% 상승에 그쳐 1965년 물가조사 이후 사상 두번째로 안정을 보였고 금리는 8% 수준으로 낮다.

무역수지는 1백2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며 외환보유고는 9백62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이는 세계 5위 수준이다.

나라 살림살이인 통합재정수지도 3년 연속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또 상장법인들도 20조원 수준의 이익을 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적 성과를 이루고도 왜 좌절하고 자신감을 잃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를 다시 한번 추슬러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현실을 장밋빛으로 호도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절망의 늪으로 내몰아서는 더욱 안될 일이다.

지나친 비관적 전망은 지나친 비관적 결과를 낳는다.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고 ''실패''를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기 위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선택과 대안은 무엇인가.

이는 무엇보다도 ''자신감의 회복''이다.

우리는 이보다 훨씬 어려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오지 않았는가.

한여름엔 모든 나무가 푸르다.

그러나 가을 지나 겨울 되면 소나무만이 홀로 푸르다.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 모두 한 그루의 소나무가 되자.

그리고 새해를 힘차게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