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초 삼성 이승엽 선수가 선수협의회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프로야구계를 발칵 되집어놓았다.

이승엽 선수가 고민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스포츠신문 홈페이지마다 큼직하게 실렸다.

물론 그가 야구 생명을 걸고 결단을 내리기까지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그러나 안티 사이트까지 만들어 재촉해대는 팬들의 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동인이었다.

이승엽 선수의 팬들은 작년말 "안티돈승엽"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강하게 압박을 가했다.

그 결과 이승엽 선수는 선수협 가입을 선언했고 안티 사이트는 폐쇄됐다.

사이트 운영자는 사이트 폐쇄 공고문에서 "다시 이승엽 선수를 사랑하는 팬으로 돌아가겠다"면서 "그동안 이 사이트에서 이승엽 선수의 명예를 실추시킨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썼다.

이승엽 선수의 선수협 가입은 안티 사이트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와는 달리 "힘 없는" 개인이라도 뭉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어떤 목적이든 달성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네티즌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안티 사이트가 속속 등장,"안티문화" 전성기를 맞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안티 사이트가 소비자단체 노릇을 하기도 한다.

소비자단체 아쿠시넷은 지난 98년 듀발과 맺은 계약이 오는 2003년까지 유효하며 듀발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안티 성인방송국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소비자 권리 찾기"를 표방하고 나선 "안티노브라TV"(www.whitesite.co.kr)는 어느 성인방송국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이벤트를 벌였다고 고발하고 있다.

모든 가입자에게 2박3일 제주도 무료여행권을 준다고 해놓고 여행권이 2인용이니 반드시 1명이 따라가야 하고 추가 1명은 항공료 보험료 숙박료 렌트카이용료 등을 내야 하며 반드시 특정 여행사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표방하는 취지와는 달리 안티 사이트가 누군가에 의해 악용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무작정 비방하는 글로 가득찬 안티 사이트도 있고 특정 기업이나 제품에 흠집을 내기 위한 안티 사이트도 있다.

안티 연예인 사이트 게시판에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경쟁상대를 비방하는 글이 수두룩하다.

안티 사이트가 비판적 여론이나 소수의견을 수렴하는 창구가 되고 전자민주주의를 촉진한다는 점은 대다수 네티즌이 인정한다.

그러나 건전한 비판보다 맹목적 비난에 주력하는 듯한 안티 사이트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특정집단이 악용할 수 있는 안티 사이트의 경우엔 목적이 달성되거나 지지자가 부족해 폐쇄되는 다른 안티 사이트들과는 달리 생명력이 강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까닭에 건전한 "안티문화"를 정립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신년초 오픈한 안티 전문 검색 사이트 "안티21세기"(anti21c.com)는 "올바른 안티문화의 길라잡이"가 되겠다고 표방했다.

이곳에는 현재 2백20여개의 안티 사이트가 소개되어 있다.

안티 사이트에 관한 네티즌 반응을 묻는 투표도 실시되고 있는데 80% 이상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과제는 안티 사이트를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일일 것이다.

ked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