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을 앞두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 경제팀의 내부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갈등구조는 세 갈래로 거론되고 있다.

△거시경제정책 권한을 둘러싼 로런스 린지 백악관 수석경제보좌관과 폴 오닐 재무장관간 △통상정책 권한에 대한 돈 에번스 상무장관과 미무역대표부(USTR)대표간 △대외경제정책 권한을 사이에 둔 로런스 린지 경제보좌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간의 갈등이다.

부시 경제팀 내부의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세계경제 리더십에 틈이 생기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경제에 악재가 또 하나 추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백악관 대 재무부=린지가 재무장관을 몹시 탐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물론 부시도 경제정책의 오른팔인 린지에게 재무장관 자리를 주고 싶었다.

그러나 딕 체니 차기 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

가뜩이나 부시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의 갈등요인을 안고 있는 판에 재무장관까지 그린스펀과 삐끗거릴 경우 경제정책에 심각한 균열이 올 수 있다는 게 체니의 논리였다.

린지는 FRB 이사로 재임할 당시 그린스펀과 사이가 좋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부시는 린지를 보좌관에 임명하는 대신 "경제정책 권한은 백악관이 쥔다"는 묵시적 약속을 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그렇지만 강한 카리스마의 오닐이 ''얼굴마담''에 만족할 리 없다는 게 주변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경제정책 권한을 둘러싸고 두 사람이 대립할 소지를 안고 있는 대목이다.

◆상무부 대 USTR=부시는 아직 USTR대표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인선이 지연되자 뉴욕타임스는 부시가 USTR대표의 지위를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하시키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보도했다.

USTR대표의 인선 지연에는 에번스 상무장관 지명자가 한몫하고 있다.

부시 당선의 일등공신인 에번스는 대외무역정책에 보다 큰 권한을 갖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USTR의 지위을 낮출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통상정책의 무게중심을 상무부 쪽으로 옮길 경우 문제가 또하나 있다.

국회에서 통상정책의 관할권도 자연히 상무위원회 쪽으로 바뀐다.

상무위원회는 보호주의자인 존 매케인과 어니스트 홀딩스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어 자유무역이 상당히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보좌관 대 경제보좌관=안보를 최우선시하는 부시의 성향으로 볼때 대외경제정책을 외교정책의 부속개념으로 다룰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대외경제정책에 대한 최종 권한을 라이스 안보보좌관이 쥐면서 린지와 라이스간 갈등이 싹틀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에 대해 대통령 앞에서 브리핑하는 것도,각국의 리더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것도 라이스 안보보좌관이 맡게 되기 때문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