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불거진 악재가 없었음에도 주가가 10일 갑작스레 폭락세로 돌변했다.

전문가들은 "연초들어 7일 연속 상승에 따른 경계및 차익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진됐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선도주 역할을 해왔던 증권 은행 보험등 금융주와 건설주가 큰폭으로 하락했다.

증권업종지수는 이날 10.70% 폭락해 종합주가지수 하락률(4.93%)을 넘어섰다.

은행(5.49%) 보험(9.51%) 건설(7.36%) 업종지수도 시장평균보다 낙폭이 컸다.

주가가 큰폭으로 조정을 받은 틈을 타 일부 개인들이 저가매수에 나섰지만 쏟아지는 매물을 감당하지 못했다.

관망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고객예탁금이 올들어 1조7천억원 늘어나는등 개미군단의 체력이 상당히 보강된 점에 비하면 이날 움직임은 예상밖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거래량급등및 과도한 단기 상승에 따른 휴유증으로 조정국면이 오래갈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개인들이 저가매수를 꺼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날 금융 건설등 기존 주도주의 급락과 달리 메디슨 등 중소형 기술주가 전날에 이어 강세를 보였다.

또 대한방직 동일방직 태영등 자산주도 오름세를 보였다.

주도주의 조정을 틈타 순환매 양상이 전개된 셈이다.

◆예탁금과 개인동향=개인의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이 크게 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2일 6조4천억원에서 9일 현재 8조1천9백35억원으로 5일(거래일수 기준)만에 1조7천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중(작년말부터 지난 5일)개인 순매도금액이 9천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연시를 기해 새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6일이후 개인 순매도금액이 2천5백억원을 넘어 고객예탁금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금을 확보한 개인들은 그러나 쉽게 저가매수에 나서질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년간 하락장세 속에서 워낙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마음속으로 저가매수 타이밍을 노리던 고객들이 많았지만 막상 주가가 하락하자 쉽게 행동에 나서지 못한다"고 전했다.

김석규 리젠트자산운용 상무는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단기 상승폭이 과도한데다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이 저가매수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거래량 급증은 주식을 사고 싶은 사람이 웬만큼 주식을 샀다는 증거로 볼수 있으며 후속 매수세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발빠른 순환매=이날 급락세로 이번 랠리가 끝난 것으로 단언하는 사람은 드물다.

장인한 KTB자산운용 사장은 "조정폭이 예상보다 컸지만 외국인의 매수세 지속과 예탁금 증가등 수급여건을 고려할 경우 550선 위에서 조정을 마무리하고 600선돌파에 재도전하는 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다음 상승장에서도 증권 건설주가 여전히 주도주로 부상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이번 상승장은 단기낙폭이 과도한 주가의 제자리 찾기 국면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는 빠른 순환매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 건설주의 조정을 틈타 중소형 기술주및 자산주의 강세현상이 이같은 순환매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