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한 7대 업종은 한결같이 공급과잉 구조속에 업계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업종들이다.

2차 구조조정은 ''선(先) 업계 자율 후(後) 정부지원'' 방식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민간 합작의 ''반관반민(半官半民)형''이었던 1차 구조조정과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공급과잉을 반영,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산업계 전체가 지역과 국경을 넘어선 ''크로스보더 리스트럭처링(Cross-Border Restructuring)''을 추구하는 점도 특징이다.

그러나 정부가 원하는 대로 업계가 자율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업 상호간의 이해관계에 대한 조율과 채권단의 협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 화학섬유 =지난해 SK케미칼과 삼양사가 통합법인 ''휴비스''를 출범시킨 이후 추가 구조조정 논의가 활발하다.

워크아웃중인 새한 등이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고합은 국내 설비를 중국에 이전하는 안건을 채권단으로부터 동의받은 상태다.

화섬업계는 지난 90년 이후 최신설비 구축과 수요(직물)업체들의 사업참여 등으로 지난 10년간 생산능력이 3.6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세계 화섬시장의 극심한 위축과 가격 하락으로 98년 이후 새한 금강화섬 고합 동국무역 등 상당수 기업들이 부실화돼 있다.

◆ 면방 =주요 품목인 코머사의 가격경쟁력은 인도 파키스탄에 비해 열세이고 기술과 품질은 일본보다 못하다.

또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가격 변동에 완전히 노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시설의 비중이 높고 설비자동화도 저조해 경쟁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 전기로 =외환위기 직후 철강협회를 중심으로 업계 자율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적이 있으나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했다.

최근들어선 8개 전기로 업체들이 모여 자율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들은 철근 연간 생산능력이 1천1백만t 규모로 수요(7백50만t)를 웃돌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업간 이해가 엇갈려 쉽게 해결책을 찾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시멘트 =아직 구체적인 구조조정 논의가 없다.

시멘트 업체들도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현재 국내 업체의 시멘트 생산 능력은 6천2백만t 규모로 국내 수요(4천8백만t)와 수출(5백만t)량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시멘트 업계는 업계 자율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노후설비를 폐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나오면 업체들이 이를 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일본도 시멘트 업계가 공동으로 생산량을 1천5백만t 이상 줄였듯이 국내 업계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석유화학 =지난해 2월말 현대와 삼성간의 유화 빅딜이 무산된 이후 석유화학업계는 그동안 자율적으로 사업부문을 떼어 팔거나 합병하는 ''스몰 딜''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현대석유화학은 지난해 염화비닐수지(PVC)를 LG화학에 매각한 뒤 스티렌모노머(SM) 사업부문마저 매각하기 위해 한국바스프 등과 교섭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유럽계 기업 등을 대상으로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SK(주)와 LG화학 대림산업 등 유화업체들은 공급과잉이 심한 폴리올레핀계 생산부문을 통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 제지 =한솔 무림 계성 신호 한국 홍원 등 6개 제지업체가 인쇄용지 분야에서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수출 위축과 내수침체로 공급과잉이 심해지자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나 앞장서는 기업이 없다.

◆ 농기계 =국제종합기계 대동공업 동양물산 LG전선 아세아종합기계 등 5대 메이커는 포화상태에 이른 농기계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트랙터 부문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군살빼기에 나섰다.

인수합병(M&A)보다는 인력 감축과 비수익사업 정리 및 공장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추진해온 것이다.

국제종합기계 관계자는 "올해 내수가 공급과잉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농민에게 지원되는 농기계 보조금이 없어지고 융자지원액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수출밖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낙훈.이익원.오광진.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