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같은 사랑 그러나 어느날... ..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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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머금은 화면이 열린다.
한껏 화사한 햇살.얼굴 가득 미소지은 신부(고소영)옆엔 기쁨에 빛나는 신랑(이성재)이 있다.
깊이 사랑하는 두사람.하지만 허전하다.
6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다.
행복이 내리닫던 어느날 기적처럼 아이가 생긴다.
하지만 기적은 극한 고통을 숨기고 있다.
그토록 바라던 아이가 "무뇌아"라는 것이다.
태어난후 주어질 시간은 단 하루. "고스트 맘마""찜"을 만들었던 한지승 감독의 세번째 작품 "하루"(제작 쿠앤필름.20일 개봉)는 멜로의 틀에 철저한 영화다.
다정한 부부가 어렵게 얻은 아이가 하루뿐인 시한부 생명이라니,모성애를 지독히도 자극하는 최루탄이다.
하지만 "하루"는 질펀하게 쏟아내는 눈물보다는 코끝에서 감도는 찡함을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남편의 죽음을 모티브로 했던 영화 "편지"가 "이래도 안 울래"식의 눈물을 요구했다면 "하루"가 자아내는 슬픔은 그림같은 집에서 풍요롭게 살아가는 주인공 부부만큼이나 세련되고 다듬어진 모양새다.
이전작에서 멜로와 코미디를 적절히 교차해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솜씨를 보였던 감독은 이번에도 보는이의 감정을 능란하게 조절한다.
출발은 명랑하고 화사하다.
아이를 가진후 세상을 얻은 듯한 부부의 모습은 순정만화처럼 사랑스럽다.
한밤중 도토리묵이 먹고 싶다는 아내를 위해 남편은 동물병원에서 다람쥐 먹이로 모아둔 도토리를 사들고 나타난다.
콧구멍에 도토리를 넣고 총알처럼 쏘아대는 귀여움을 과시하는 것도 모자라 팬티바람으로 "사랑해"를 외치며 길거리를 뛰어다니는 그는 관객들의 사랑마저 앗아갈 듯 하다.
하지만 맛깔난 유머에 버무려진 단꿈이 무르익을 무렵 영화는 차근차근 쌓았올렸던 행복의 성을 단번에 무너뜨린다.
행복의 정점에 올랐을때 닥치는 불행은 더 비극적이다.
아내가 태아의 소리를 듣거나 엄마의 음성을 들려주는 기구를 산지 얼마 못가,의사는 남편에게 "아기가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다"는 선고를 내린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울음을 삼키는 남자,불꺼진 부엌에서 눈물을 감추며 도토리묵을 넘기는 여자는 오히려 절실한 아픔을 그려낸다.
이성재의 부드럽고 풍성한 표정연기도 확 들어오지만 "배우" 고소영은 더욱 눈이 부시다.
눈물과 함께 슬픔까지 뚝뚝 떨궈내는 고소영의 연기는 놀라울만큼 사실적이다.
두사람의 호연은 관객을 인위적으로 조직된 사연속으로 자연스럽게 몰입시키며 감동치를 높인다.
젊은 부부 집치고는 지나치게 으리으리한 전원주택,1천만원이 들었다는 아이방의 장난감 나라,어색하리만큼 시간맞춰 날리는 눈발까지도 사실감을 입힐 정도.권해효 김창완 윤소정등 조연들의 따뜻하고 힘있는 연기도 작품에 온기를 더했다.
데뷔후 흥행 2연타를 기록했던 감독이 "3타석 연속안타"를 칠 수 있을까?확률은 꽤 높아 보인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한껏 화사한 햇살.얼굴 가득 미소지은 신부(고소영)옆엔 기쁨에 빛나는 신랑(이성재)이 있다.
깊이 사랑하는 두사람.하지만 허전하다.
6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다.
행복이 내리닫던 어느날 기적처럼 아이가 생긴다.
하지만 기적은 극한 고통을 숨기고 있다.
그토록 바라던 아이가 "무뇌아"라는 것이다.
태어난후 주어질 시간은 단 하루. "고스트 맘마""찜"을 만들었던 한지승 감독의 세번째 작품 "하루"(제작 쿠앤필름.20일 개봉)는 멜로의 틀에 철저한 영화다.
다정한 부부가 어렵게 얻은 아이가 하루뿐인 시한부 생명이라니,모성애를 지독히도 자극하는 최루탄이다.
하지만 "하루"는 질펀하게 쏟아내는 눈물보다는 코끝에서 감도는 찡함을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남편의 죽음을 모티브로 했던 영화 "편지"가 "이래도 안 울래"식의 눈물을 요구했다면 "하루"가 자아내는 슬픔은 그림같은 집에서 풍요롭게 살아가는 주인공 부부만큼이나 세련되고 다듬어진 모양새다.
이전작에서 멜로와 코미디를 적절히 교차해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솜씨를 보였던 감독은 이번에도 보는이의 감정을 능란하게 조절한다.
출발은 명랑하고 화사하다.
아이를 가진후 세상을 얻은 듯한 부부의 모습은 순정만화처럼 사랑스럽다.
한밤중 도토리묵이 먹고 싶다는 아내를 위해 남편은 동물병원에서 다람쥐 먹이로 모아둔 도토리를 사들고 나타난다.
콧구멍에 도토리를 넣고 총알처럼 쏘아대는 귀여움을 과시하는 것도 모자라 팬티바람으로 "사랑해"를 외치며 길거리를 뛰어다니는 그는 관객들의 사랑마저 앗아갈 듯 하다.
하지만 맛깔난 유머에 버무려진 단꿈이 무르익을 무렵 영화는 차근차근 쌓았올렸던 행복의 성을 단번에 무너뜨린다.
행복의 정점에 올랐을때 닥치는 불행은 더 비극적이다.
아내가 태아의 소리를 듣거나 엄마의 음성을 들려주는 기구를 산지 얼마 못가,의사는 남편에게 "아기가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다"는 선고를 내린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울음을 삼키는 남자,불꺼진 부엌에서 눈물을 감추며 도토리묵을 넘기는 여자는 오히려 절실한 아픔을 그려낸다.
이성재의 부드럽고 풍성한 표정연기도 확 들어오지만 "배우" 고소영은 더욱 눈이 부시다.
눈물과 함께 슬픔까지 뚝뚝 떨궈내는 고소영의 연기는 놀라울만큼 사실적이다.
두사람의 호연은 관객을 인위적으로 조직된 사연속으로 자연스럽게 몰입시키며 감동치를 높인다.
젊은 부부 집치고는 지나치게 으리으리한 전원주택,1천만원이 들었다는 아이방의 장난감 나라,어색하리만큼 시간맞춰 날리는 눈발까지도 사실감을 입힐 정도.권해효 김창완 윤소정등 조연들의 따뜻하고 힘있는 연기도 작품에 온기를 더했다.
데뷔후 흥행 2연타를 기록했던 감독이 "3타석 연속안타"를 칠 수 있을까?확률은 꽤 높아 보인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