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PC 메이커인 대만 에이서(ACER).

대만에서는 홍치(宏碁)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미국 미디어그룹 다우존스가 발행하는 경제주간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가 최근 제품·서비스의 질,혁신,장기비전,재무상태 등을 평가해 대만 3위 기업에 랭크시킨 우량기업이다.

1976년 설립돼 반도체·통신장비로 영역을 넓혔으나 주력 업종은 여전히 컴퓨터다.

에이서는 최근 PC 수요가 줄면서 향후 전망이 어두워지자 역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룹 개편안을 발표했다.

5개 주요 자회사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을 전담하는 디자인제조서비스(DMS)와 자사제품을 생산하는 에이서브랜드운영(ABO)부문으로 양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5개로 나뉘어 있던 경영라인을 양대 축으로 통합개편,''집중과 효율''로 21세기를 헤쳐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경영진도 새로 정비했다.

자회사중 하나인 에이서인포시스템스그룹(컴퓨터 제조)의 린시엔밍(林憲銘) 사장이 DMS의 사장으로,에이서서텍서비스그룹(유통)의 왕쩐탕(王振堂) 사장이 ABO사장으로 가게 됐다.

두 자회사의 총괄은 회장 겸 CEO인 시쩐롱(施振榮·58)이 맡는 체제다.

시쩐롱 회장은 지난달말 주요 은행들과 기자단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구조조정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편지에서 "세계 PC 업계가 큰 변화를 맞고 있다"며 "역량 집중,기업 통합,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6개월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장담했다.

특히 ''포스트(後)PC시대''에 대비해 OEM방식의 PC생산체제에서 탈피,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것임을 천명했다.

에이서는 구조조정 노력과 함께 노트북 매출 증가,비핵심자산 처분,중국 PC시장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에이서는 작년 12월 타이완셀룰러(TCC)와 타이완세미컨덕터(TSMC)에 투자한 73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각했다.

올해도 수익의 3분의 1을 자산매각을 통해 실현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사제품의 판매를 늘려 브랜드가치를 높인다는 전략도 세웠다.

이같은 에이서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지난 1년간 80% 하락한 주가(현재 17.6대만달러·약 6백원)는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된 지난달 26일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IBM과 델컴퓨터 등 OEM 파트너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겉치레 전략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야심찬 계획''이라며 성공 여부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약속한 6개월이 지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성공하든 실패하든간에 에이서의 ''진짜 21세기''는 6개월후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