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파문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과 안기부 예산 불법지원 등으로 국회의원들이 집단으로 삿대질을 받는 요즘,훈풍(薰風)으로 추위를 녹이는 정치인들이 있다.

분신처럼 아끼는 소장품을 불우이웃 돕기에 쓰라며 선뜻 내놓은 정치인들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사이버 정치증권업체인 포스닥(www.POSDAQ.co.kr)이 공동 주최하고 삼성테스코가 협찬한 ''소년·소녀가장 돕기 정치인 소장품 자선경매''에 정치인들은 자신의 애장품을 아낌없이 내놨다.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은 그를 유명하게 만든 ''인간시장''을 집필할 때 쓴 만년필을 기증했다.

민주당 이해찬 최고위원은 안방에 걸어놓고 애지중지하던 고풍스러운 액자를 제공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은 분위기있는 모임 때만 두르던 스카프를 출품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은 민주산악회 시절 12년 동안 사용해 땀과 눈물이 밴 등산가방을 내놨다.

이밖에 김근태 김민석 김영환 이미경 장영달 정세균 허운나(이상 민주당) 권철현 김형오 맹형규 홍사덕(이상 한나라당) 이완구(자민련) 의원,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구천서 이석현 정한용 전의원 등도 소장품을 기증했다.

김근태 의원은 "정쟁으로 영일이 없어 국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며 "여야가 함께 이웃사랑에 참여한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정국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고 정치권이 민생을 챙기는 데 전력하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참여 열기도 한겨울 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뜨거웠다.

지난해 12월28일부터 지난 9일까지 포스닥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경매행사에 8만4천건의 접속이 이뤄졌다.

인터넷상에서 통용되는 ''사이버머니(cyber money)''도 동원됐다.

용돈이 부족한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모은 사이버머니를 수천만원씩 내놨고 행사 주최측은 사이버머니 1백만원을 현금 1만원으로 쳐 대납해주기도 했다.

포스닥 등 행사 주최측은 이렇게 모은 성금을 소년·소녀가장 3명에게 전달했다.

정치인과 네티즌의 정성이 담긴 돈이었다.

외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소녀가장 홍지원(11·초등3년)양은 "생활이 어렵지만 미술공부를 열심히 해 훌륭한 화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홍양은 "불우한 사람들은 추위 때문에 하루하루를 지내는 게 어려운데 정치인들은 매일 싸움하는 것으로만 비쳐졌다"며 "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정치인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분들의 뜻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