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살생을 갈라왔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에 대해 BIS 비율 8%란 획일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일률적인 은행 건전성 규제방침은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져 앞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BIS비율의 부작용=전 총재는 11일 BIS 특별 총재회의 참석결과를 설명하며 "국내에서만 영업하는 은행이 국제시장에서 활동하는 은행과 똑같은 표준에 맞출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기했다"며 "향후 BIS 회의에서 각국의 금융산업구조에 맞는 차별화된 국제표준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BIS비율은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을 뜻한다.

통상 이 비율이 8%를 넘어야 국제시장에서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제영업 비중이 낮은 국내 은행들도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거나 자기자본을 늘리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일률적인 BIS비율이 은행의 부실판정 기준으로 적용되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피해 자금경색의 근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말이면 매번 자금경색 현상이 연례행사처럼 재연되는 것도 그래서다.

은행들은 지난해말에도 연말결산을 앞두고 3조원이 넘는 기업대출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BIS비율 완화 논란=시중은행 관계자는 "BIS비율이 너무 높은 은행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라며 "BIS비율이 높을수록 우량은행으로 우대받는 풍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 총재는 "예컨대 농·수·축협 단위조합의 경우 국제시장과 접촉기회가 없으며 국내영업을 주로 하게 된다"면서 "이런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경직된 적용 없이 자기자본비율을 차등적용해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총재는 또 "금융기관의 수익성 평가에 있어서도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은행과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노출이 낮은 금융기관은 서로 차별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