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가 새해들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주가는 계속 뒤로 밀리고 엔화가치는 1년반만의 최저인 달러당 1백18엔선으로 떨어졌다.

금융시장불안,정치불신,정부의 엔저 용인 등으로 "신 엔저시대"가 펼쳐지면서 일본경제는 다시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경제상황=1980년대말 버블붕괴 이후 만성적인 경기둔화에 빠져 있던 일본 경제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백조 엔의 경기부양자금 투입 등으로 회복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회복세가 약해져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작년 1·4분기에 2.5%로 치솟은 뒤 2·4분기에는 0.2%로 내려앉았고 3·4분기에는 마이너스 0.5%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장률과 함께 다른 경제지표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선행지수는 57.10을 기록,전월보다 무려 20.7포인트나 추락했다.

소비심리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가계지출증가율은 여전히 마이너스의 수렁에 빠져 있고 디플레는 개선될 조짐이 없다.

실업률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작년 11월 실업률은 4.8%로 전후(戰後) 최고치였던 작년 3월의 4.9%에 육박했다.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주가도 급락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최근 한달새 1천5백엔(약 11%)이나 내려앉았다.

이같은 일본 경기부진은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중심국인 일본이 경기침체로 아시아 제품을 제대로 소화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전망=당분간 약세를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 재무관은 "한달내에 달러당 1백20엔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 약세→주가 하락→엔화 약세 가속''이라는 악순환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는 "주가가 1만3천엔 아래로 떨어지면 엔화는 1백30엔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일본 정부는 현재 엔화 약세를 방관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수출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닛산자동차는 달러당 1엔씩 떨어질 때마다 80억엔의 수익증대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급격한 엔저현상을 마냥 방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엔저가 가속화되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이탈하는 등 일본 경제에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히라누마 다케오 경제산업상도 12일 엔화가 1백18엔대로 떨어지자 즉각 "지나친 엔저는 일본 경제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이때문에 엔화가 달러당 1백20엔 선을 넘어서면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