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기 힙합그룹 ''우탕 클랜''의 래퍼인 고스트페이스 킬라와 유명 여권운동 작가 나오미 울프.

서로의 인생길이 사뭇 동떨어져 보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최근 이 두 사람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손을 잡았다.

바로 현재 미국에서 인기리에 상영중인 이안 감독의 무협영화 ''와호장룡(臥虎藏龍)이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선정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홍보하고 로비하는 일이다.

킬라와 울프는 요즘 이 영화 제작사인 컬럼비아 영화사와 소니 픽처스가 대중을 타깃으로 벌이고 있는 ''와호장룡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홍보사절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미국인들에겐 낯선 양자경 주윤발 등 동양 배우들을 가지고 소니는 어떻게 이러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비결은 ''구전 마케팅''이다.

소니는 상영 초기부터 전문 마케터들을 동원, 여성층과 쿵후를 비롯한 무술팬, 외국영화 골수파 등을 주요 타깃으로 집중 공략했다.

이들이 입소문을 내주기를 기대하며 소니는 여성 운동선수, 광고회사 중역, 월가의 벤처투자자 등 각양각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료 상영회를 수차례 개최했다.

이러한 ''입소문 마케팅''은 영화가 초기 마케팅에 어려움을 가질 때 요긴하다.

일례로 지난해 드림웍스와 유니버설 픽처스가 공동 제작한 히트작 ''글래디에이터''는 사실 개봉 전에는 미국 시장에서 잘 먹혀들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낳았었다.

고리타분한 로마 시대 서사를 다룬 영화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때 드림웍스는 뉴욕시내 극장에서 타깃그룹을 위한 특별 시사회 겸 정찬을 갖는 등 입소문 전략을 구사,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일상 영역을 파고 들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이른바 ''풀뿌리(grassroot)'' 전략을 통해 소니는 이안 감독의 독특한 무협멜로영화를 할리우드에서까지 어필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소니는 독특한 마케팅 덕에 지난 주말부터 와호장룡의 상영관을 전국 7백여개로 확대,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