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 성균관대 교수.경영학 >

21세기는 정보통신 시대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정보통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술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 나라는 정보통신 분야에 일찍 눈을 떠 몇몇 분야에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작년 12월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를 선정했다.

IMT-2000에는 기술적으로 동기식과 비동기식 두가지가 있다.

동기식은 한국이 종주국으로 국제경쟁력이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미국 퀄컴사의 원천기술로 우리가 19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DMA 기술에서 진보한 기술방식이다.

현재 세계 47개국 1백27개 사업자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3개 장비업체, 14개 단말기 업체, 약 2만개에 달하는 부품업체들이 영업중이다.

또 CDMA 기술의 상용화로 제조업에만 12만명이 종사중이고 상용화이후 97년부터 2000년 3.4분기까지 생산은 17조원이며 단말기 53억달러, 장비 3억달러로 합계 56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비동기식은 유럽에서 사용중인 GSM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된 기술방식이다.

92년 유럽에서 상용화되어 현재 1백61개국 4억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현재 GSM 기술을 갖고 있는 장비업체는 없고 단말기 업체만 2개 있는 상태다.

동기식과 비동기식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여러 가지 견해가 있으나 약 20대 80의 비율로 비동기식 시장이 넓다.

비동기식은 어느 나라에서나 자신의 단말기로 통화가 가능한 소위 국제로밍이 가능하다는데 매력이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동기식 기술을 활용, 수출 고용 소득수준을 올려가면서 IMT-2000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국가에 이익이 되는 선택이다.

그러나 실제로 기술을 사용할 IMT-2000 사업자들은 모두 비동기식을 선호했다.

만일 한국이 IMT-2000의 기술을 모두 비동기식을 택한다면 우리의 동기식 기술로 IMT-2000 사업을 하려던 외국 사업자들은 당연히 수입을 주저할 것이다.

기술 개발국에서도 채택하지 않는 기술을 많은 돈을 주면서 수입하려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IMT-2000 동기식 기술의 국제경쟁력은 무엇일까.

첫째, 기존 2세대 망과의 호환성이 있어 단계적인 망 구축이 가능하므로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둘째, 2㎓ 대역에 1xEV로 진화를 추진하는 경우 조기에 고속무선인터넷 서비스 개시가 가능하다.

셋째, 미국의 스프린트, 일본의 KDDI, 중국의 차이나유니콤과 국제로밍 서비스를 추진해 동기식을 채택한 지역간의 국제로밍이 가능하다.

넷째, 비동기식이 전국망을 구축하기 전에도 동기식은 2~3세대 로밍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음성통화가 가능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다섯째, 동기식의 경우는 국내에 확실한 기술기반을 갖고 있으므로 유지 보수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이다.

이런 경쟁상 이점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 희망대로 비동기기술의 국내기술개발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조기에 영업에 착수하면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비동기기술은 핵심 기술과 장비를 외국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시장은 외국기술의 장비 시험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업체간 IMT-2000 시장선점을 위한 출혈경쟁까지 하게 돼 수입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면 국가경제에 주는 피해는 막심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실력있는 사업자들을 동기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업자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과 동기식과 비동기식에서 겸용할 수 있는 칩의 개발에도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국민들은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주어가면서까지 IMT-2000을 계획된 일정대로 실시할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최소한 비동기식 IMT-2000의 핵심기술과 장비의 국산화가 우리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안에 들어올 때까지 영업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되기를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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