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맹추위로 "겨울 산업"이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난방용품 판매상과 제조업체들은 물량이 달릴 정도이고 수도관 등이 얼어 터지면서 보수업자들은 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인공눈에 의존했던 스키장과 날씨정보 업체,정형외과 등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앉아서 장을 보려는 주부들이 몰려 "접속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에겐 강추위가 "뜨거운" 대목이다.


◆난방용품 불티=백화점과 재래시장에서 난방기구와 내복 등이 날개 돋친듯 팔리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는 온풍기 등 난방용품이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팔리고 있다.

노인들을 위해 ''효도용'' 내복을 선물하려는 고객들도 평소보다 부쩍 늘었다.

도시가스 공급업체와 유류업체도 분주하다.

특히 추위에 약한 동물원이나 식물원의 난방용 가스나 유류 구입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과천 서울대공원은 도시가스 사용량이 지난 8일 8천5백84㎥에서 13일에는 1만9백67㎥로 27% 가량 늘었다.

실내 온도가 영상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안되는 서울 남산식물원의 경우도 난방용 경유 사용량이 작년 겨울에는 하루평균 8백ℓ였으나 요즘은 무려 2천2백여ℓ를 쓰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이 월평균 5만∼6만원 정도였던 가정의 경우도 요즘은 7만∼8만원으로 늘었다.

◆보일러·난방 수리 급증=주택가의 설비보수 업체들은 전화연결이 안될 정도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 아카데미타워는 보일러가 고장났지만 이틀이 걸려서야 겨우 수리를 받았다.

이 지역 보일러 수리점 관계자는 "보일러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강추위로 수도관이 터지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에는 올들어 지난 13일까지 모두 7천8백92건의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가 들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도계량기가 얼어붙지 않도록 계량기 보호함 안에 헌옷을 채워두어야 한다"며 "장기간 집을 비울 때는 수도꼭지를 약간 열어 수돗물이 조금씩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형외과 환자 급증=길이 얼어붙어 낙상이 빈발하면서 병원의 정형외과와 전문의원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의 Y정형외과에는 겨울철 골절상으로 들어오는 환자가 하루 2∼3명에 불과했으나 요사이엔 하루 10명이 넘고 있다.

박모(48) 원장은 "노인 환자도 많이 늘었지만 활동이 많은 젊은이들과 주부들도 사고를 많이 당하고 있다"며 "눈길에서 접촉사고를 낸 운전자나 승객들도 급증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 대목=바이앤조이에는 생필품이나 도서류 주문건수가 평소 하루 3백여건에서 최근에는 7백∼8백여건으로 늘었다.

이 회사 마케팅팀 이승철(31) 대리는 "추위로 인해 밖에 나가기 싫어진 때문인지 고객수는 물론 한번의 클릭으로 사는 물품의 양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삼성몰도 아기용 분유와 기저귀 등 생필품 주문량이 10∼20% 가량 늘었다.

◆날씨정보 컨설팅업 성황=날씨정보 전문업체인 케이웨더에는 날씨정보 및 기상장비 구입을 문의하는 골프장 스키장 레저업체와 건설업체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케이웨더측은 "문의가 일주일에 5건을 밑돌았으나 최근에는 하루에도 서너건씩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