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청와대에서 열린 2000년 정부업무 평가보고회를 통해 발표된 보고서는 관심을 가질만 하다.

현정부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간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정책평가위원회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책임지는 풍토가 확립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집단이기주의로 인한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공권력이 지켜보기만 한 1년이었고 그 파장이 경제를 짓누르는 꼴이었다는 점을 되새길 때,평가보고서의 지적은 당연하다.

왜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는지도 따지고보면 자명하다.

법에 따라 질서를 확고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할 정부의 책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기본적이고 최우선적인 책무의 수행을 게을리한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높은 신뢰를 갖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일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불법집단행위 등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통해 법과 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현정부의 1차적인 과제라고 하겠다.

결국 원칙을 지키는 것이 긴요하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는 경제현안들의 처리과정을 되새겨보면 더욱 극명해진다.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일관된 원칙이 없었기 때문에 숱한 문제가 빚어지고, 그래서 구조조정 자체가 차질을 빚은 사례들도 한둘이 아니다.

평가보고서는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부담 원칙을 지키지 않고 투신상품 등 예금보호대상이 아닌 것까지 공적자금을 지원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원칙부재의 이런 상황이 빚어지게 된 원인은 따지고보면 간단하다.

눈앞의 혼란을 피하는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소리''가 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두고두고 후유증이 남을 잘못을 택한 근시안적인 정책운용의 사례는 평가보고서에 지적된 것들 말고도 적지 않다.

이면합의가 드러나 문제가 된 한전파업 뒤처리 등이 그런 성질의 것들이다.

오늘의 경제난을 인기영합적 단견적 정책운용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국민들의 잠재력을 결집하는 것이 경제재도약을 위한 첩경이라고 본다면 그렇다.

원칙을 분명히 하고 이를 밀고나가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부실기업 정리나 집단행동에 대한 대처과정에서 원칙없이 굴절되기만 한 정책운용은 그런 점에서 걱정스럽기만 하다.

햇볕정책으로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 내는 등 한 일에 비해 국민적인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까닭이 어디 있는지, 정부는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