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놈이 발 뻗고 잔다"는 말이 있다.

잘못을 해서 맞았으면 몸은 뻐근해도 맞을 걸 맞았으니 잠은 잘 온다.

억울하게 맞은 경우도 속은 상하지만 궁극적으로 내 잘못이 아니니 곧 잊어 버린다.

그렇지만 반대로 때린 놈은 두고두고 잠자리가 불편하다.

때릴 만했어도 일단 폭력을 썼으니 잘잘못을 떠나 내내 마음이 쓰인다.

또 부당하게 때렸다면 더더구나 잠을 못 잔다.

가만히 보면 우리 투자자들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고 산다.

흠씬 얻어맞고는 금방 잘 자는데 냅다 때리고 나서는 몇 달 밤잠을 설친다.

주식 사서 깨질 때보다 팔고 나서 오를 때가 몇 배 더 뼈에 사무친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한 번 생각해 보자.

주식에서 다른 건 몰라도 손절매 하나만 잘 하면 최소한 큰 손해는 안 본다.

하지만 바로 그 "손절매"가 사실은 예삿일이 아니다.

머리는 시키는데 손이 말을 안 듣기 때문이다.

손해보고 판다 생각하면 전신 마비가 오니 천하장사라도 결국 못 때린다는 말이다.

그래서 하락장에 걸리면 대부분 주먹 한 번 제대로 못 내밀고 늘씬하게 터진다.

이 경우 당장은 퉁퉁 부어 잠을 못 자지만 차차 진정하고 적응을 한다.

제 때 안 팔았으니 모든 게 내 탓이려니 체념을 한다.

또 견해가 확고한 사람은 내가 맞고 시장이 틀렸다는 자존심 하나로 견딘다.

게다가 나만 터진 게 아니라 다같이 터졌다는 동병상련지정 또한 일조를 한다.

어쨌든 아무 액션 없이 가만히 앉아서 당했으니 선량한 피해자라는 생각에 상대적으로 고통이 덜하다.

그런데 상승장에 내다 파는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인간 본성이 공짜를 좋아해서 좀 오른다 싶으면 이게 웬 경사냐 하고 그냥 때려 버린다.

그런데 주가라는 게 일단 추세를 타면 정신을 못 차리는 법,사람 약 오르기 좋을 만큼 치솟는다.

그러면 이 때부터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팔아서 챙긴 돈보다 도망 나와 놓친 돈이 더 커 보여 속이 쓰리다.

괜시리 호들갑을 떨어 작품을 망쳤다는 자책감에 돈을 따고도 불행하다.

가만 있다가 당한 게 아니라 손을 놀려 화를 자초했으니 그 쓰라림이 열 배는 더하다.

이를테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심리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남은 다 부자 됐는데 나만 바보짓 했다는 후회감은 길게는 평생도 간다.

그래서 주식 시장에서도 때린 사람이 발 뻗고 못 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 이후의 스토리다.

그렇게 산전수전을 겪은 뒤에 내리는 결론이 주식에서 매도가 참 어렵다는 것이다.

내릴 땐 본전 생각에 못 팔고. 장이 빌빌거릴 땐 먹는 게 없으니 시시해서 못 던지고.그리고 오를 땐 전번처럼 때리고 나서 더 뜨는 변고(?)를 당할까 싶어 또 못 팔고. 그렇다고 손을 놓자니 그간 바친 수업료가 아까워 늘 발은 담그고 있고.결국은 1년 삼백육십오일 "요 놈의 주식 언제 파나"를 고민하며 사는 것이다.

참 어렵다는 그 "매도 숙제"를 아직 못 풀어서 그렇다.

최근에 다시 장이 들썩거린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또 고통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해묵은 숙제를 풀어 버리자.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바로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판다"고 작정하는 것이다.

그게 큰 손실을 피하고, 또한 뜻하지 않은 추세를 즐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곰곰이 잘 생각해 보자.

고점매도가 아니라 "저점매도"가 맞다.

김지민 한경머니 자문위원 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