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석유화학 전기로 철강 화학섬유 등 7개 업종에 대해 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냉소적이다.

''관제빅딜은 안된다''거나 ''업계의 완전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식이다.

사실 신 장관이 언급했듯 이들 업종들은 불황 또는 설비과잉에 시달리며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어 업계 스스로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잇다.

게다가 산자부는 분명히 자율적 구조조정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은 한마디로 정부에 대한 불신에 기인하는 것같다.

<>자율빅딜에 대한 회의=산자부가 ''자율적''이라는 수식어를 강조한 것은 아마도 정부가 주도했던 98년 이후 소위 ''빅딜''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사업 맞교환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냉소적 반응이 나온 것도 초기의 빅딜정책에 정부가 깊숙이 간여해놓고 업계 자율을 내세운 것처럼 이번에도 그렇게 접근함으로써 다시 실패를 자초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결코 ''자율''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보면 정부가 ''자율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라든지 또 이에 대해 ''시장자율''만을 주장하는 것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가 개입할 경우 정치논리가 경제논리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고 승자기업의 선택 등에서 오판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것은 미국과 영국이 정부의 직접 개입을 반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산업의 구조조정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당기업의 사적 비용은 물론 심각한 사회적 비용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과잉설비로 곤란을 겪는 경우 해결책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수익성을 떠나 상대기업을 의식해 행동할 수박에 없는 시장구조라면 아무리 생산시설이 과잉이라고 해도 생산자 스스로 이를 감축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설사 노동과 자본등 생산요소가 자유롭게 이동한다고 해도 시장자율에만 맡겨서는 산업의 구조조정이 원활이 이뤄진다고 보장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정부역할의 필요성=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정부 역시 시장자율에만 맡기지 않고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일정한 역할이 불가피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정부역할이 최선인지에 대한 판단은 중요한 문제다.

이미 20년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역시 ''원칙적으로는 시장원리에 맡기되'' 정부의 한시적이면서도 적절한 구조조정 대책을 ''적극적 구조조정에 관한 일반지침''으로 내놓은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는 우선 구조조정이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경우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이것은 가능한 한 시장원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서다.

원인이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있는지, 아니면 시장에서 신호가 아예 작동되고 있지 않거나 신호가 가는 데도 경제주체가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지 않은 지를 봐야한다.

<>투명성과 객관성이 핵심=하지만 업종의 특성별로 구조조정의 난이도는 다를 수 있다.

이에 따라 환경조성과 금융, 세제 지원만으로 구조조정이 힘든 업종도 존재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조정에 나서는게 불가피할 수도 있다.

다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정도의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 과거의 빅딜 추진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간, 정부와 시장간 깊은 불신이라는 후유증을 낳고 말았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가 간여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간여하고도 겉으로는 자율을 가장했던 것이 크게 일조했다.

이러니 정부가 객관성과 투명성을 인정받지 못했던건 어쩌면 당연했다.

지금 산자부의 업종별 구조조정 정책이 의심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이라도 산자부는 환경조성만으로 업계자율에 맡길 업종은 무엇이며 보다 적극적으로 간여하고자 하는 업종은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히는 등 보다 솔직하게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는게 정부와 시장, 정부와 기업간 신뢰 회복은 물론 성공적 구조조정에도 도움이 된다.

안현실 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