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현대석유화학이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업체와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지난 12일 석유화학업계는 진위를 파악하느라 부산했다.

거론된 기업들은 잇따라 부인하는 자료를 냈다. 신 장관은 지난 8일에도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전략적 제휴 방안을 양사에 제의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에 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라며 극구 부인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입장에서 주무장관의 발언을 매번 부인하기가 민망하다"며 "설사 높은데서 무슨 얘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극히 초보적인 단계를 놓고 곧 뭔가 나올 것처럼 얘기하면 될 일도 안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신 장관이 지난 10일 7개 업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관계 기업인들은 "정부가 공적자금이라도 투입한답니까"라면서 촉진수단도 없으면서 덜컥 발표부터 한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는데 그친다고 선을 그었지만 기업들은 ''관료들이 한건 올리기 위해 혹시 지난번 빅딜 때처럼 또 과욕을 부리지 않을까''하고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전경련 회장단은 지난 11일 신 장관의 발언에 화답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제발 기업에 맡겨주시오''라는 주문이 깔려있었다는게 재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실제로 오래전부터 이미 몇몇 업종을 중심으로 ''스몰딜(사업부문통합)''이 성공적으로 추진돼왔다.

이를테면 충남 대산단지에 있는 현대석유화학 공장에는 지난 연말부터 LG화학 헬멧을 쓴 근로자들이 함께 작업하고 있다.

LG화학이 인수한 현대석유화학 PVC사업부문 근로자들이다.

화섬업계에서도 통합법인인 ''휴비스''가 출범한데 이어 다른 업체들의 통합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자 기업들은 오히려 떨떠름해 하는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뒷전에서 조용히 출자총액제한 재검토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택 산업부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