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15일 한국부동산신탁에 대해 공사대금 1천2백76억원을 갚지 않으면 어음을 돌리기로 결정했지만 이 회사는 현재 한푼도 갚을 능력이 없다.

채권금융기관들도 책임이 없다고 외면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이 회사는 최종부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공건설회사 계약자 채권은행 및 부동산을 한부신에 맡긴 위탁자 등 관련자들의 피해는 2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예상규모=한국부동산신탁이 신탁을 받아 진행중인 공사장은 전국 65개 사업장이며 관련 시공업체 및 하도급 업체는 7백98개에 이른다.

한부신은 관련 당사자들의 피해액이 최소 1조8천5백9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신탁사의 부도로 시행자가 없어지게 되므로 사업의 방치 또는 민원발생으로 손실은 2조원을 훨씬 넘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우선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받지 못한 1천4백45명의 분양·임대 계약자들은 선수금 2천5백42억원을 고스란히 떼일 것이 확실시 된다.

또 분양보증에 가입했더라도 동아솔레시티(1천6백가구),영통롯데아파트(1천15가구) 등 입주지연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하다.

공사를 맡긴 위탁자들도 사실상 재산권 행사가 힘들어져 4천5백86억원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한부신은 전망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또다른 대상은 시공사로 이들의 피해규모는 5천억원대에 이른다.

김용준·정대인 기자 junyk@hankyung.com

---------------------------------------------------------------

[ 왜 이렇게 됐나 ]

채권단과 삼성중공업은 분당 테마폴리스의 공사대금을 놓고 2년간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1999년 3월14일 이후 채권단 대표인 외환은행과 한부신이 보유어음의 결제 연장을 요청,삼성은 20여차례 연장해줬다.

특히 채권단은 지난해 3월에는 어음 연장조건으로 5월30일까지 공사비를 정산하고 분양대금 수령시 우선 지급 등을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치 않았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이같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권단은 최근 공사비에 대해 4백66억원을 현물로 인수하고 잔액 5백67억원은 무이자에 1년거치 3년분할 상환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대신 연체이자 2백43억원은 못갚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대해 삼성은 현시가가 분양가의 30% 이하라는 점을 들어 인수제안을 거부했다.

또 채권단이 잔액에 대한 지급보증을 거부,이를 채권포기로 받아들이고 어음을 돌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측은 다른 건설회사의 경우 이미 상가 등 대물로 채권을 회수해갔다는 점을 들어 삼성을 설득했으나 삼성은 채권단이 지급을 약속한 적이 없다는 점,지급보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