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의 서성수(40)이사는 요즘 일하는 맛이 새록새록 솟는다.

트러스트는 지난99년6월 출범한 전사적자원관리(ERP)전문 소프트웨어임대서비스(ASP)를 하는 벤처기업.현재 CFO(재무담당임원)겸 경영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서 이사가 트러스트에 들어간 것은 작년 2월이다.

그는 이때부터 자금관리 뿐아니라 조직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등 정신없이 뛰어오고 있다.

그러나 힘들기 보다는 회사가 체계적인 모습을 갖춰가며 커가는 걸 보면 오히려 즐겁기만 하다.

서 이사는 13년 동안 삼성물산에서 근무했었다.

삼성물산에선 재무회계 관리회계 인사 기획부서 등을 두루 거쳤다.

그런만큼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의 차이를 분명히 느끼고 있다.

"대기업에선 정해진 틀에 따라 관리만 잘하면 된다"는 그는 "이에반해 벤처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까 쉽지 않지만 내 힘으로 뭔가 이뤄나간다는 보람은 더할 나위 없이 크다"고 말했다.

서 이사가 트러스트에서 CFO로서 처음 한 일은 회사의 지분조정.

"와서 보니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의 지분율이 24%밖에 안됐다.
이러다간 경영권이 불안해지겠다 싶어 이 비율을 50%까지 끌어 올리는 작업을 했다. 일단 회사의 소유구조부터 단단히 해놓고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또 연봉제에 인센티브제를 가미하는 임금 체계를 만들었다.

물론 정교한 평가시스템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이땐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서 이사는 오는2월까지 20억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벤처투자시장이 어려울 때 펀딩을 추진하는 만큼 더욱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수익을 내고 있고 미래가치가 크기 때문에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그는 자신한다.

내년 상반기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세운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 서 이사는 "CFO도 경영자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손익 수치만 따지기 보다 경영자로서 전략적인 판단도 해야 한다. 예컨대 어떤 프로젝트가 당장은 손해를 내더라도 가능성이 보인다면 무조건 반대해선 안된다. 특히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벤처기업의 CFO는 더욱 그렇다"

그는 개인적으로 벤처기업의 CFO를 넘어 CEO(최고경영자)로 발돋움할 포부를 갖고 있다.

(02)6240-4600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