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시스템 개혁이다] 제1부 : 정부부터 고쳐야 (1) '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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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아야 경제 살찌운다 ]
3년전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의 반문열 서울사무소장.
그는 사무소를 지점으로 바꾸기 위해 금융당국과 접촉하면서 한달 보름째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그가 처음 접촉한 곳은 금융감독원.
지난해 11월말 1백쪽에 달하는 12종류의 서류를 냈지만 아직 내인가도 나지 않았다.
서류를 실제로 심사하는 곳은 금감원이지만 승인은 금융감독위원회 의결 사항이다.
금감위는 먼저 간담회에서 안건을 논의한 뒤 똑같은 위원이 그대로 참석하는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시스템이다.
본인가가 나도 재정경제부와의 접촉이 남아 있다.
은행업무를 위해 외국환 취급인가은행 승인을 별도로 받아야 하기 때문.
외국환 취급은 은행의 기본 업무지만 재경부 소관이어서 비슷한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그 뒤에는 자본금 도입에 필요한 외자도입법상 신고를 한국은행에 해야 한다.
반 소장은 "30억원의 외자(자본금)를 들여오는데 왜 이렇게 까다롭고 시일이 걸리는지 모르겠다"며 "본인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을 뽑거나 사무실을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점준비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현 정부 들어서만 정부조직은 세 차례나 대수술을 받았지만 이처럼 정부 업무는 복잡하게 나뉘어 중복돼 있다.
올해 여성부가 신설되면 정부는 18부4처16청이 된다.
신설될 2명의 부총리까지 감안하면 ''옥상옥(屋上屋)''의 직급 인플레도 만만찮다.
작은 정부를 지향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을 위해 2국8과(인원 80~90명) 규모의 전기위원회가 생긴다고 하니 손대면 커지는 정부조직의 생리는 예외 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웃 일본은 22개 중앙행정기관을 대대적으로 수술, 올해부터 절반 수준인 13개로 줄이기로 했다.
복잡다기한 조직은 필연적으로 규제를 낳고 온갖 간섭을 초래한다.
"업무 협의를 하고 싶어도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가운데 어느 곳을 찾아가야 할지 고민중"(K정보통신업체)이라거나 "일부 벤처기업은 두 부처의 정책혼선을 틈타 지원자금을 이중으로 타내는 사례도 있다"는 얘기는 엉성한 정부 조직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기형적인 운영도 여전하다.
차관보는 차관을 보좌하는 별정직 1급 상당(스태프)인데도 결재권이 있는 라인조직의 다른 1급과 다른게 없다.
재경부는 1백10명의 과장급을 두고 있지만 이중 본부 보직자는 57명 정도일 뿐 50여명은 각종 위원회 등에 파견돼 있고 나머지 7~8명은 보직이 없거나 교육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도 정부 못지않다.
민영화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한국통신은 차세대영상이동통신(IMT-2000)이나 위성방송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민간기업들의 설 땅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공공부문 인력은 98년 이후 3년간 전체의 18.7%인 13만1천82명이 줄었지만 공기업의 영역확장에 가려 실감을 주지 못한다.
그나마 90년대 들어 공공개혁을 주창한 스웨덴이 40% 이상, 호주가 30% 가까이 인력을 줄인 것에 비하면 역부족이다.
지방정부조직은 정부개혁에서 거의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다.
행정개혁이 논의될 때면 읍.면.동, 시.군.구, 시.도로 나뉘어진 지방 행정조직을 2단계로 줄이는 문제가 거론되지만 손도 못댄다.
대도시에서 인접구끼리의 통합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국회와 광역.기초 의회까지 이해관계가 얽혀 늘 그대로다.
지자체의 운영실태도 비효율적이다.
같은 서울시내인 중구청과 노원구청의 공무원은 각각 1천2백40명과 1천3백78명으로 직제도 비슷하다.
그러나 공무원 1인당 담당 주민수는 노원구가 4백56명인 반면 중구는 1백7명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 반월공단으로 "먹고 사는" 안산시에도 농정계.농산계가 있는가 하면 전형적인 농업지역의 군에도 "공업"을 담당하는 산업과가 버젓이 있어 군민 수가 줄어도 공무원은 오히려 늘어난다.
지역특성에 맞는 날씬한 행정조직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복잡다기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상대하느라 기업과 개인은 살찔 겨를이 없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
3년전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의 반문열 서울사무소장.
그는 사무소를 지점으로 바꾸기 위해 금융당국과 접촉하면서 한달 보름째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그가 처음 접촉한 곳은 금융감독원.
지난해 11월말 1백쪽에 달하는 12종류의 서류를 냈지만 아직 내인가도 나지 않았다.
서류를 실제로 심사하는 곳은 금감원이지만 승인은 금융감독위원회 의결 사항이다.
금감위는 먼저 간담회에서 안건을 논의한 뒤 똑같은 위원이 그대로 참석하는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시스템이다.
본인가가 나도 재정경제부와의 접촉이 남아 있다.
은행업무를 위해 외국환 취급인가은행 승인을 별도로 받아야 하기 때문.
외국환 취급은 은행의 기본 업무지만 재경부 소관이어서 비슷한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그 뒤에는 자본금 도입에 필요한 외자도입법상 신고를 한국은행에 해야 한다.
반 소장은 "30억원의 외자(자본금)를 들여오는데 왜 이렇게 까다롭고 시일이 걸리는지 모르겠다"며 "본인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을 뽑거나 사무실을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점준비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현 정부 들어서만 정부조직은 세 차례나 대수술을 받았지만 이처럼 정부 업무는 복잡하게 나뉘어 중복돼 있다.
올해 여성부가 신설되면 정부는 18부4처16청이 된다.
신설될 2명의 부총리까지 감안하면 ''옥상옥(屋上屋)''의 직급 인플레도 만만찮다.
작은 정부를 지향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을 위해 2국8과(인원 80~90명) 규모의 전기위원회가 생긴다고 하니 손대면 커지는 정부조직의 생리는 예외 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웃 일본은 22개 중앙행정기관을 대대적으로 수술, 올해부터 절반 수준인 13개로 줄이기로 했다.
복잡다기한 조직은 필연적으로 규제를 낳고 온갖 간섭을 초래한다.
"업무 협의를 하고 싶어도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가운데 어느 곳을 찾아가야 할지 고민중"(K정보통신업체)이라거나 "일부 벤처기업은 두 부처의 정책혼선을 틈타 지원자금을 이중으로 타내는 사례도 있다"는 얘기는 엉성한 정부 조직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기형적인 운영도 여전하다.
차관보는 차관을 보좌하는 별정직 1급 상당(스태프)인데도 결재권이 있는 라인조직의 다른 1급과 다른게 없다.
재경부는 1백10명의 과장급을 두고 있지만 이중 본부 보직자는 57명 정도일 뿐 50여명은 각종 위원회 등에 파견돼 있고 나머지 7~8명은 보직이 없거나 교육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도 정부 못지않다.
민영화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한국통신은 차세대영상이동통신(IMT-2000)이나 위성방송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민간기업들의 설 땅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공공부문 인력은 98년 이후 3년간 전체의 18.7%인 13만1천82명이 줄었지만 공기업의 영역확장에 가려 실감을 주지 못한다.
그나마 90년대 들어 공공개혁을 주창한 스웨덴이 40% 이상, 호주가 30% 가까이 인력을 줄인 것에 비하면 역부족이다.
지방정부조직은 정부개혁에서 거의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다.
행정개혁이 논의될 때면 읍.면.동, 시.군.구, 시.도로 나뉘어진 지방 행정조직을 2단계로 줄이는 문제가 거론되지만 손도 못댄다.
대도시에서 인접구끼리의 통합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국회와 광역.기초 의회까지 이해관계가 얽혀 늘 그대로다.
지자체의 운영실태도 비효율적이다.
같은 서울시내인 중구청과 노원구청의 공무원은 각각 1천2백40명과 1천3백78명으로 직제도 비슷하다.
그러나 공무원 1인당 담당 주민수는 노원구가 4백56명인 반면 중구는 1백7명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 반월공단으로 "먹고 사는" 안산시에도 농정계.농산계가 있는가 하면 전형적인 농업지역의 군에도 "공업"을 담당하는 산업과가 버젓이 있어 군민 수가 줄어도 공무원은 오히려 늘어난다.
지역특성에 맞는 날씬한 행정조직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복잡다기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상대하느라 기업과 개인은 살찔 겨를이 없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