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적자금 청문회가 시작됐다.

닷새동안 진행될 이번 청문회의 목적은 두말할 필요없이 공적자금과 관련돼 있었던 시행착오를 밝혀내고 앞으로 투입될 공적자금의 낭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적 공방만 주고받다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하는 부실청문회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28개 기관으로부터 며칠째 보고를 받았으나 새롭게 밝혀낸 것이 별로 없는데다 벼랑끝 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정국상황을 감안할 때 그 개연성이 충분하다 하겠다.

그러나 공적자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민적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만큼은 부실 청문회가 돼선 결코 안된다.

그동안 공적자금 지원규모와 시기가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고,투입에서 회수까지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민혈세가 낭비돼 왔다는 지적이 수없이 있어 왔다.

심지어 여당 총재이기도 한 대통령까지 문제를 지적할 정도가 아니었던가.

사정이 이런데도 여당은 마치 공적자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듯이 핵심관련자 감싸기에 급급하고 야당은 이들을 마치 죄인 다루듯 윽박지르기만 하는 볼썽사나운 부실 청문회를 연출한다면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밝혀야 할 것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선 64조원이면 된다던 금융구조조정에 행정부 자의적 판단으로 이미 1백10조원이나 사용하고도 40조원이 추가로 필요하게 된 경위부터 소상히 밝혀내야 한다.

혹시 지난해 총선과정에서 있었던 추가조성 불필요 발언에 발목이 잡혀 투입시기를 놓쳐 추가 국민부담을 초래하게 된 것은 아닌지,추가로 필요한 것은 40조원이면 정말 충분한 것인지도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불과 5천억원을 받고 매각한 제일은행에 왜 17조원이나 되는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하는지, 한빛은행 등 4개 공적자금 투입은행이 재부실화돼 완전감자된 것이 과연 경연진만의 책임인지,대우채 원리금을 95%까지 보장한 것은 누가 어떤 법적 근거에서 취한 조치이며 이로인해 얼마의 공적자금을 추가부담하게 됐는지를 밝히지 못하는 청문회는 하나마나한 청문회다.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됐던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에서의 퇴직금 잔치,부실기업주들의 회사돈 빼돌리기를 밝히는 일도 빼놓아서는 안된다.

여야 정치권은 공적자금 청문회 만큼은 당리당략을 떠나 빚을 갚아야 할 후손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다한다는 심정으로 진실규명에 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