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의 채권단을 상대로 1천2백76억원의 공사미수금 청구소송을 내는 바람에 한부신이 다시 부도위기에 몰려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한부신의 경영부실이 문제된 게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닌데 이제와서 시공회사 부동산위탁자 분양계약자 채권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면 도대체 채권단과 관계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더이상 불필요한 손실이 생기지 않도록 채권단과 관계당국은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금융기관 채무이외의 공사대금과 같은 기타채권에 대해 채권단과 시공사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채권단에서는 현재 2천2백억원에 달하는 미지급 공사대금에 대해 거치기간을 거쳐 분할상환하되 공사대금의 일부는 상가건물 등 현물로 상환하자고 주장하는데 비해 시공사에서는 현물상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부신이 부도처리될 경우 채권단과 시공사외에도 이해관계자 모두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능한한 원만한 타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부출자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전액 출자한 자회사로 지난 91년 4월 설립된 한부신은 부동산신탁업법에 따라 고객으로 부터 위임받은 부동산의 관리·처분·개발업무를 대행해왔는데 이미 외환위기 전부터 누적부실이 불거졌고 결국 지난 99년 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침체 탓만 하기 어려운 것이 다른 부동산신탁회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인데 유독 자산관리공사의 자회사인 대한부동산신탁(대부신)과 한부신만 사적화의에 들어간 것을 보면 공공부문의 방만한 경영이 부실의 주범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한부신의 부실처리에서 관계당국의 무책임과 무사안일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데 있다.

이왕 부실이 생겼다면 사후수습이라도 서둘러야 할텐데 책임전가만 하며 부실을 키우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부동산신탁업법 제정당시 관할권 다툼까지 벌였던 건교부와 재경부는 막상 경영부실에는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고 재경부로부터 인허가업무를 인계받은 금감위도 채권단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수수방관하기는 마찬가지다.

회생가능성이 없다면 빨리 청산해야 하고 아니면 채권단과 상의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수립해야지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해 자산가치는 떨어지고 부실규모만 갈수록 커지는데 금융감독당국마저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눈치만 보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