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포항제철 간의 냉연강판 구조조정 논란에 연합철강이 가세,철강업계의 "냉연 전쟁"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연합철강의 이철우 사장은 16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현대강관과의 합병은 가능하지 않으며 응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업계 일각에서는 철강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연합철강과 현대강관이 합병,냉연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거론돼왔다.

이 사장은 또 이날 "설비과잉문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말해 후발 참여업체인 현대강관에 냉연강판 사업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강관은 발표자료를 통해 "냉연강판 사업을 포기하라는 연철의 주장은 시장논리와 기업윤리를 무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대강관은 "합병설은 포철측에서 흘린 얘기일 뿐 현대는 검토한 적도 없다"면서 "포철의 일방적인 얘기만 갖고 현대를 매도하지 말라"고 역공세를 폈다.

◆연합철강의 주장=이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대강관을 겨냥,"설비과잉 문제는 결자해지의 평범한 진리에 의해 해결하는 것만이 앞으로의 철강업계 발전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대자동차 그룹은 자동차 사업에 전념하고 냉연강판사업에서는 손을 떼라"고 직격탄을 날려 파문이 예상된다.

이 사장은 "1999년말 현대측과 냉연부문 합병을 위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 현대가 일본계 오데마치 펀드로부터 자본을 들여오기로 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합철강은 그 이후 표면처리전문 분야에 특화한 반면 현대는 자동차용 냉연 설비를 가동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합병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사장은 "현대가 연철을 흡수 합병해야 하는 것처럼 거론하는 데 대해 한마디로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철은 강관사업 부문을 과감히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2000년 상반기 기준 94%로 낮추는 등 국내 철강업계에서 재무구조가 가장 건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연철은 2천억원 가량 즉시 동원 가능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현대강관이 자산규모를 최소한 매출액 이하로 줄인 다음 자본참여를 통한 경영권 인수를 요청해오면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강관측 반박=현대강관은 "양사의 합병은 포철측에서 거론한 것이며 현대는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다"면서 "포철이 일방적으로 흘린 내용을 갖고 근거없이 매도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연철이 냉연원료의 80% 이상을 포철에 의존해야 하는 입장에서 포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해 이 사장의 발언에 포철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회사측은 또 "냉연시장 공급과잉의 원인제공자가 현대강관이라는 주장은 내수만을 고려한 근시안적인 안목에서 나온 것"이라며 "설비도입계약을 가장 먼저 체결한 것은 현대강관이며 포철 동국제강 순으로 뒤를 이었다"고 반박했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