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9조6천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의 운용실태 점검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는 17일 증인신문 방식을 둘러싼 여야간 의견차이로 이틀째 파행을 거듭,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공적자금의 부실운용에 대한 비난이 고조된 시점에서 열린 이번 청문회는 그 어느 청문회보다 국민의 관심이 높았으나 한나라당이 청문회 불참을 선언, ''개점휴업'' 상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논쟁점이 ''증인을 일괄 신문할 것인지, 개별신문할 것인지''로 공적자금 부실운용의 실체규명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청문회 무용론까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청문회 출석을 위해 국회를 찾은 이인호 신한은행장, 신동혁 한미은행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김정태 주택은행장, 김상훈 국민은행장 등 주요 시중 은행장들은 하루종일 국회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들과 함께 국회를 찾은 임직원들도 모두 시간만 허비한 채 국회 주변에서 온종일 대기했다.

지난 16일에는 김진만 한빛은행장, 위성복 조흥은행장, 정광우 제일은행 부행장, 한기영 평화은행 전무 등도 출석했으나 증언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밤 늦게 귀가했다.

한 관계자는 "이틀째 국회에 출석했으나 아무일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냈다"며 "은행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외쳤던 국회의원들이 정작 전혀 중요하지 않은 진행방식을 문제삼아 은행 업무를 방해했다"고 성토했다.

의원들의 무분별한 자료 배포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실제 일부 한나라당 의원이 ''모 은행은 구조적으로 부실한 은행''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하자 은행 관계자들은 서둘러 해명자료를 만들었다.

때문에 이번 청문회를 통해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는 대안을 제시,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원들의 약속은 결국 공염불이 됐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치공세를 위해 대질신문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정부측 인사를 지나치게 비호, 애초 정책 청문회를 지향하겠다는 약속이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