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운용실태를 규명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는 19일 증인신문 방법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계속되면서 나흘째 공전,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은 이날 오전 진념 재경부장관, 강봉균 전 재경부장관, 이근영 금감위원장,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장에서 야당 의원들을 기다렸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증인 일괄신문"을 요구하며 끝내 불참했다.

이에 따라 청문회는 여당 의원들의 야당에 대한 성토성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지다 "개점휴업" 상태에서 정회됐다.

이에 한나라당은 설 연휴 이후 5일간 일정을 다시 잡아 청문회를 실시하자고 촉구했으나 민주당은 야당측이 청문회를 할 뜻이 없다며 "수용불가"로 맞서 향후 청문회 개최 여부도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여야가 명분없이 청문회를 파행시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여야 국정조사 위원들은 미리 작성한 보도자료를 통해 장외 공방을 벌였다.

<> 박병윤 (민주당) =공적자금을 적기에 투입하고 기업자금난 완화 및 증시활성화 시책을 조속히 실천하면 5년내 1백5조원을 회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망 없는 기업은 상시 퇴출시키고 회생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시중에 자금 공급을 늘리고 신용보증기금 및 보증보험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 정철기 (민주당) =야당의 과장되고 왜곡된 비난 탓에 공적자금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잘못돼 있다.

이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일관성과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잘못된 점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사과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감독하지 못한 비판도 수용해야 한다.

<> 홍재형 (민주당) =정부는 워크아웃 기업 선정을 채권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했으나 일부에서는 정부의 상당한 관여가 있었다는 비판이 있다.

특정 업체를 봐주기 식으로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워크아웃기업 선정 및 금융 지원과 관련, 정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 이한구 (한나라당) =지금까지 투입된 1백50조원의 공적자금 가운데 회수 불가능한 금액이 최소 54조∼65조원에 달한다.

그 내역은 △예금보험공사 확정손실 12조원 △예보 추정손실 24조∼32조원 △자산관리공사 회수 포기 및 환매요청 예상분 5조∼8조원 △공공자금 회수불가능액 13조원 등이다.

여기에 금융기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손실예상분 8조2천억원을 고려할 경우 더욱 커진다.

<> 심재철 (한나라당) =자산관리공사가 외국인으로부터 대우채를 매입할 때 8천2백50억원의 국부가 유출됐다.

자산관리공사는 대우가 해외에서 발행한 39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액면가의 43.1%인 16억8천1백만달러에 사들였다.

국내채권 매입가격(채권액의 25.47%)과 비교하면 무려 17.63%포인트의 차이가 난다.

<> 전재희 (한나라당) =공적자금 투입 대상인 부실 금융기관의 대주주와 임직원들이 신용공여한도 초과나 부당 대출, 고객예탁금 및 대출금 횡령 등으로 발생시킨 손실이 2조7천2백91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부실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 조희욱 (자민련) =예보 분과위원회는 구성에 법적 하자가 있는 상태에서 무려 1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작년 12월30일 법률개정 이전의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분과위는 민간위원 2명을 포함한 7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돼야 한다.

그러나 작년 5,6월 민간위촉직 위원 2명이 사임했는데도 후임 위원을 선임하지 않은채 25차례의 분과위를 진행한 것은 분명한 위법이다.

김남국.윤기동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