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의 '주식투자 클리닉'] 유동성 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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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을 두고 "유동성(流動性) 장세"라는 말을 많이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풍부한 돈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장(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연초부터 2조원 이상 쏟아 붇는 외국인 순매수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 것인가.
투자 주체는 누군가.
만일 단기성(短期性) 헤지 펀드라면 언제쯤 도로 빠져 나갈까.
엔화 약세를 이용한 자금인가.
이 랠리(rally)가 끝난 뒤에는 또 어떻게 될까 다들 궁금해 하다 보니 자연히 왈가왈부 논의가 무성하다.
하지만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고 과도한 관심이 자칫 일을 그르칠까 염려스럽다.
그래서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재미난 얘깃거리 하나를 소개한다.
오랜 타국 생활에서 돌아온 나는 여기저기 동창회에 나가는 게 큰 낙이었다.
친구들 소식도 궁금한 데다 통 소식을 못 전한 마음의 빚까지 있어 웬만하면 다 참석을 했다.
그런데 정기총회다 체육대회다 빠꼼한 날이 없으니 집에 있는 아낙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동창회 운운할 때마다 쌀독이 내려가니 여간 성화가 아니었다.
처자식은 뭐냐,그렇게 퍼 주고 얻는 게 뭐냐고 바가지였다.
시장이 벌어 줬으니 시장에 반납하는 것 아니냔 게 주로 내 변명이었다.
그렇게 티격태격 살던 중 사건이 생겼다.
우리 클리닉에 고교 동창이라고 누가 찾아온 것이었다.
얼굴도 가물가물하고 해서 강의 끝나고 멋쩍은 인사만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며칠 후 식사초대를 했다.
나가서 실컷 잘 얻어먹었는데 그게 추세의 시작이었다.
계속해서 선물도 주고,좋은 일만 있으면 꼭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뒤늦게 얻은 친구지만 너무 고맙다 싶은데 아내 생각은 달랐다.
뭔가 이상하다,혹시 간첩 아니냐, "이유 없이" 너무 잘해 주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가 뭘 해 줘도 꼭 그 저의부터 따졌다.
도저히 의심이 안 가시던지 졸업앨범까지 확인한 아내는 그래도 조심하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퍼 내기만 하던 게 역전됐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곡절 끝에 결국 우리 부부는 그 친구랑 운동도 매일 같이 하고 생활에 큰 활력을 얻게 됐다.
졸업 후 처음 참석한다며 나와 같이 간 동창회에서 그가 내놓은 기부금 또한 큰 덕을 베풀었다.
어렵던 모교가 힘을 차렸음은 물론이고, 수천 명 동문의 사기(士氣)도 하늘로 치솟게 됐다.
따지고 의심하고 경계해서 멀리했더라면 영원히 묻혀 버렸을 소중한 기쁨들인 것이다.
사람에겐 누구나 의심이 있다.
귀신같이 거꾸로만 가는 주가에 맨 날 치이고 사는 우리 투자자는 훨씬 더하다.
그래서 해를 넘겨서야 비로소 날아든 이 행복이 벌써부터 두렵다.
오늘이 끝인가 내일이 마지막인가, 자꾸 외국인 주머니에만 시선이 간다.
하지만 이젠 좀 바뀌자.
내릴 때도 그 "설마" 땜에 그 큰 불행을 겪지 않았는가.
유동성이고 무동성이고 간에 오늘 행복하면 됐다.
안달하지 말고 의심도 하지 말고 지금 이 행복을 최대한 즐기자.
작년 말 호흡기 꽂고 헉헉대던 때에 비하면 한결 숨 쉬기가 수월해졌다고 위로하며 말이다.
유동성 장세.
이유가 없는 게 아니다.
"돈"이 그 어떤 화려한 펀드멘털보다 더 무서운 이유인 것이다.
외국인이 다 사고 나면 그 땐 또 외계인이 와서 사 줄지 내일 일을 누가 알겠는가.
그냥 느긋하게 앉아서 지켜보자.
도둑처럼 다가오는 행복, 아무 의심 없이 대문을 활짝 열어 놓는 자만이 차지할 자격이 있다.
한경머니 자문위원 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
특별한 이유 없이 풍부한 돈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장(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연초부터 2조원 이상 쏟아 붇는 외국인 순매수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 것인가.
투자 주체는 누군가.
만일 단기성(短期性) 헤지 펀드라면 언제쯤 도로 빠져 나갈까.
엔화 약세를 이용한 자금인가.
이 랠리(rally)가 끝난 뒤에는 또 어떻게 될까 다들 궁금해 하다 보니 자연히 왈가왈부 논의가 무성하다.
하지만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고 과도한 관심이 자칫 일을 그르칠까 염려스럽다.
그래서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재미난 얘깃거리 하나를 소개한다.
오랜 타국 생활에서 돌아온 나는 여기저기 동창회에 나가는 게 큰 낙이었다.
친구들 소식도 궁금한 데다 통 소식을 못 전한 마음의 빚까지 있어 웬만하면 다 참석을 했다.
그런데 정기총회다 체육대회다 빠꼼한 날이 없으니 집에 있는 아낙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동창회 운운할 때마다 쌀독이 내려가니 여간 성화가 아니었다.
처자식은 뭐냐,그렇게 퍼 주고 얻는 게 뭐냐고 바가지였다.
시장이 벌어 줬으니 시장에 반납하는 것 아니냔 게 주로 내 변명이었다.
그렇게 티격태격 살던 중 사건이 생겼다.
우리 클리닉에 고교 동창이라고 누가 찾아온 것이었다.
얼굴도 가물가물하고 해서 강의 끝나고 멋쩍은 인사만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며칠 후 식사초대를 했다.
나가서 실컷 잘 얻어먹었는데 그게 추세의 시작이었다.
계속해서 선물도 주고,좋은 일만 있으면 꼭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뒤늦게 얻은 친구지만 너무 고맙다 싶은데 아내 생각은 달랐다.
뭔가 이상하다,혹시 간첩 아니냐, "이유 없이" 너무 잘해 주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가 뭘 해 줘도 꼭 그 저의부터 따졌다.
도저히 의심이 안 가시던지 졸업앨범까지 확인한 아내는 그래도 조심하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퍼 내기만 하던 게 역전됐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곡절 끝에 결국 우리 부부는 그 친구랑 운동도 매일 같이 하고 생활에 큰 활력을 얻게 됐다.
졸업 후 처음 참석한다며 나와 같이 간 동창회에서 그가 내놓은 기부금 또한 큰 덕을 베풀었다.
어렵던 모교가 힘을 차렸음은 물론이고, 수천 명 동문의 사기(士氣)도 하늘로 치솟게 됐다.
따지고 의심하고 경계해서 멀리했더라면 영원히 묻혀 버렸을 소중한 기쁨들인 것이다.
사람에겐 누구나 의심이 있다.
귀신같이 거꾸로만 가는 주가에 맨 날 치이고 사는 우리 투자자는 훨씬 더하다.
그래서 해를 넘겨서야 비로소 날아든 이 행복이 벌써부터 두렵다.
오늘이 끝인가 내일이 마지막인가, 자꾸 외국인 주머니에만 시선이 간다.
하지만 이젠 좀 바뀌자.
내릴 때도 그 "설마" 땜에 그 큰 불행을 겪지 않았는가.
유동성이고 무동성이고 간에 오늘 행복하면 됐다.
안달하지 말고 의심도 하지 말고 지금 이 행복을 최대한 즐기자.
작년 말 호흡기 꽂고 헉헉대던 때에 비하면 한결 숨 쉬기가 수월해졌다고 위로하며 말이다.
유동성 장세.
이유가 없는 게 아니다.
"돈"이 그 어떤 화려한 펀드멘털보다 더 무서운 이유인 것이다.
외국인이 다 사고 나면 그 땐 또 외계인이 와서 사 줄지 내일 일을 누가 알겠는가.
그냥 느긋하게 앉아서 지켜보자.
도둑처럼 다가오는 행복, 아무 의심 없이 대문을 활짝 열어 놓는 자만이 차지할 자격이 있다.
한경머니 자문위원 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