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비까지 내린 20일(현지시간) 미국회의사당 서편 베란다에서 열린 대통령취임식에서 부시 대통령은 "문화시민으로서의 예의(civility), 용기, 이웃에 대한 배려(compassion), 그리고 미국적 개성(character)이라는 가치체계를 통해 미국을 하나로 묶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국민 각 개인의 하는 일이 정부가 하는 어떤 역할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부시는 국민들에게 "방관자로 남을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시민이 되어 줄 것"을 요구했다.

이같은 부시의 요구는 존 케네디 대통령이 "나라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요구하기 전에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라는 취임사와 맥을 같이 하는 주문이었다.

부시대통령이 특히 ''참여하는 시민정신''을 들고 나온 것은 플로리다 재검표과정에서 깊어진 공화 민주간의 극한대립과 이에 따른 미국사회의 국론분열을 한데 묶어야 한다는 당면과제를 의식한 당연한 화두였다는 것이 취임식을 지켜 본 사람들의 반응이다.

특히 상원의석이 50대50으로 갈려 있고 하원의석에서도 공화당의 우세가 6석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민주 공화간의 당파적 정쟁을 불식시키는 것이야말로 부시행정부가 풀어야할 ''제1 과제''라는 것이 이곳 정가의 진단이다.

이에앞서 부시는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주문에 따라 성경에 손을 얹고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수호할 것임을 엄숙히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이로써 8년간의 민주당 행정부 시대를 마감하고 공화당정부가 새로 출범했다.

외교 국방과 관련, 부시대통령은 "대량학살무기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동맹국과 미국의 이익을 방어할 것"임을 다짐했다.

15분이라는 짧은 취임사에서 대량학살무기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북한 이라크 등 핵무기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이곳 외교가의 분석이다.

경제문제와 관련,부시대통령은 선거공약의 핵심이었던 세금감면을 예정대로 적극 추진할 것임을 천명했다.

미국정가에서 세금감면문제는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라는 기본경제철학을 구체화하기 위한 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 동시에 최근 미국경제가 급격히 식어가고 있는 추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수단으로 간주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재정정책의 경기순환적 효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있는 점에 비추어 민주당이 부시의 감세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통화정책의 열쇄를 쥐고있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감세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떤 조율과정을 겪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