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한 지 얼마 안된 ''비기너'' 아저씨들은 캐디를 보면 매우 친한 척합니다.

꼭 저보다 먼저 인사를 하고 무척 친근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잘 부탁해요"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지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저도 비기너 아저씨들을 좋아하게 됐어요.

비기너 아저씨들은 순수하고 무엇보다 매너가 좋기 때문이죠.

볼이 잘 맞지 않는다고 버럭버럭 화를 내는 그런 사람들은 거의 없죠.

또 비기너 아저씨들과 엎치락 뒤치락 하며 플레이를 하다보면 서로 모르는 사이에 따스한 공감대가 형성돼 좋은 기억으로 남거든요.

최근에 만난 비기너 아저씨들도 역시 매너가 참 좋았습니다.

한 군데도 나무랄 데가 없었지요.

전반 나인홀은 우스개 소리도 많이 하면서 재미나게 라운드를 했습니다.

그런데 후반 들어 비기너의 대표주자이신 어떤 아저씨가 볼이 안맞을 때마다 자꾸만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어프로치샷용 클럽을 빼들 때 퍼터까지 잊지 않고 챙겨 가시더라고요.

솔직히 그런 건 내가 할 일인데.

아무래도 내가 힘들까봐,그리고 볼이 잘 맞지 않으니까 제게 미안했나 봐요.

이러면 전 정말 난감해지고 오히려 더 미안해져 그 다음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참 막막해집니다.

저도 비기너 아저씨가 볼을 못치면 속상한 나머지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거나 흉보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볼이 안맞는다고 캐디 눈치 보지 마세요.

손님이 제 눈치를 보실 때면 저도 덩달아 눈치를 보게 돼 처음의 친밀했던 감정들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라운드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썰렁의 도가니''로 변한답니다.

골프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골프는 그냥 즐기는 거 아닌가요.

산과 들을 벗삼고 살아 숨쉬는 잔디의 생명력도 느껴보면서 대자연의 향기에 흠뻑 취해 골프 자체를 즐길 수는 없을까요.

볼이 안맞는다고 주눅들지 마세요.

골프스카이닷컴(www.golfsky.com)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