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금융기관 부채를 7천억원이나 갚아 구조조정 성공케이스로 꼽히는 모 석유화학회사 신임 H사장이 최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전혀 예기치 못한 일로 외자유치협상에 걸림돌이 생겼다. 참으로 기업하기 힘들다"며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H사장의 투자협상 파트너인 해외 B사는 작년말 회장이 자국의 관계장관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해 언질을 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그러던중 B사의 기존 투자사인 국내 모 정유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맞으면서 불똥이 H사장에까지 튀었다.

외환위기 이후 악전고투끝에 최근들어 가까스로 흑자를 내던 그 정유회사는 군납 입찰과정에서 담합혐의로 자회사와 함께 모두 9백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해외투자선인 B사는 공정위의 담합판정기준을 납득하지 못한 나머지 한국투자 자체에 회의를 품기 시작한 것 같다고 H사장은 전했다.

그는 금융쪽에 대해서도 실망이 커 보였다.

지난 연말 이 회사의 5개 채권은행 관계자들은 ''살릴 기업은 확실히 살린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금감원에 모여 1천4백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부실여부판정 과정에서 정상기업(1등급)으로 분류된 덕분이었다.

그러나 실제 대출해준 은행은 2개에 그쳤다.

이 와중에 은행의 ''상전노릇''은 도를 넘어 기업인이 모멸감을 느낄 정도라고 했다.

신임인사 방문을 하려는 H사장에게 어떤 은행장은 ''바쁜데 귀찮게 하지 마라''고 할 만큼 기고만장했다고 한다.

H사장은 주무부처 장관의 설익은 발언으로 또 곤욕을 치렀다.

장관이 마치 H사장의 회사가 곧 다른 업체에 인수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해 버리는 바람에 거래선으로부터 ''아무 문제가 없냐''는 문의가 쏟아졌고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H사장의 일련의 좌절과 하소연을 전해들은 모 경제단체 임원은 "일단 터뜨려 놓고 보자는 식의 과시성 실적채우기에만 열을 올리는 부처들, 각자 따로 논지 오래된 금융사이드, 업계현황과 분위기 파악도 하지 않은채 ''한건주의'' 생색성 발언이나 해대는 장관들, 이런 속에서 신규투자 같은 미래지향적이고 공격경영을 하는 기업인이 있다면 정상이 아닐 것"이라고 푸념했다.

김성택 산업부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