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1세기를 여는 새해 벽두 중국 상하이(上海)에 와서 무엇을 배웠을까.

그는 평양으로 향하는 귀국 열차에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김 위원장은 우선 중국의 경제특구 운영방식을 세심히 관찰했다는 게 상하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그가 방문지를 상하이로 택한 것은 이 도시가 1980년대 초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경제특구의 결정판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는 푸둥(浦東)지역의 보세수출가공단지 하이테크단지 등을 돌면서 특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확인했다

김 위원장의 두번째 관심사는 외자유치였다.

해외 기업들이 중국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고 싶어했다.

그가 방문한 기업은 제너럴모터스(GM) NEC 상하이텔레컴(중.프랑스 합작기업) 등 대부분 외국 합작기업이었다.

김 위원장은 회사 고위관계자들에게 합작조건, 고용효과, 수익내역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는 상하이 GM을 돌아본 후 측근에게 "우리도 투자여건을 개선하면 충분히 외국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또 상하이의 시장경제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그는 증권거래소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5백여개 상장기업들의 주가 시세판을 한동안 응시했다는 후문이다.

바오산(寶山)철강 방문에서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맞춰 나가는 기업시스템을 접했다.

그는 시장원리에 맡겨 기업이 성장하는 현장을 확인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상하이에서 배운 것은 공산당 1당 독재체제를 굳건히 유지하면서도 경제는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였다.

이 노선은 앞으로 김 위원장이 추진할 북한 개혁개방 정책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가능한 조치로 경제특구의 확대를 꼽는다.

북한은 현재 나진.선봉지역에 개방특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현대측에 개성공단 조성을 약속해 놓은 상태다.

김 위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 한국 일본 등을 겨냥한 경제특구를 주요 해안지역에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접경지대인 신의주, 한국과 가까운 남포, 일본 자본을 겨냥한 원산 등이 유력한 개혁개방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외자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김 위원장은 문일봉 재정상(재무부장관에 해당), 이광근 무역상 등 경제각료를 40대로 교체했다.

또 이번 방중에는 김영춘 군 총참모장, 김국태 당중앙위 비서 등 당과 군 고위간부들을 데려가 중국의 개혁현장을 직접 보게 함으로써 내부의 반발을 차단하는 사전정지 작업을 했다.

베이징의 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북한은 이미 대외개방을 위한 법적 조치를 준비해 왔다"며 "김 위원장의 상하이 방문은 이를 크게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정태웅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