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자금시장이 해빙기에 접어들고 있다.

빈사 상태에 빠졌던 회사채 시장이 서서히 풀리는 조짐을 보이는 데다 은행들도 기업 대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자금시장의 해빙 무드는 실물경제에도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풀리는 자금시장=기업들의 직접 자금조달창구인 회사채 시장은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5천억원의 순발행(발행액-상환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외면당하던 투자적격 최하위등급(BBB급) 이하 기업의 회사채 발행도 일부 재개되고 있다.

올들어 한화(3백억원) 제일모직(3백억원) 대한제당(90억원) 등이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기업어음(CP)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초우량 기업(A1)에 한정됐던 발행이 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기업(A3)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BBB급 회사채의 차환율도 지난해 11월 7.9%,12월 20.0%에서 올들어선 67%로 크게 높아졌다.

사채시장에서도 할인대상 채권의 종류가 늘고 금리는 낮아지는 추세다.

은행들도 중소·벤처기업을 위주로 돈줄을 풀고 있다.

조흥은행은 최근 중소 및 벤처기업에 지원하는 특별대출 자금 총액한도를 추가로 1조원 늘렸다.

서울은행도 2천억원의 특별자금을 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 기업 한빛은행 등도 올해 기업대출 한도를 지난해보다 2조원씩 늘려잡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긴급자금 수요를 반영하는 당좌대출한도 소진율이 지난해말 18.6%에서 이달 15일엔 15.7%로 떨어졌다.

재경부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증권) 발행량은 올 1분기 중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은행 대출채권을 담보로 내놓는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 발행도 같은 기간 중 1조원이 예정돼 있다.

은행 보험 등 기관투자가들도 인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은 급속히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현장에도 온기=기업현장에서도 경기가 나아지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전동지게차 등 운반기계를 제작하는 수성의 김정배 사장은 "올들어 수주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15% 늘었다"고 말했다.

운반기계 수주량은 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국내 최대 골판지 원지업체인 신대양제지도 올들어 수주가 작년 하반기에 비해 5% 가량 증가했다.

이 회사의 권혁홍 사장은 "경기가 괜찮았던 작년 상반기에 비하면 아직은 수주 규모가 10% 정도 작은 수준이지만 작년 하반기에 비해서는 증가세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동일제지 역시 작년 하반기에 비해 5∼10% 수주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골판지 원지는 전자 기계 부품 농산물 등의 포장재로 쓰인다.

따라서 골판지 원지의 수주 증가는 이들 업종의 물동량이 늘고 있음을 반영한다.

작년 하반기 대거 쏟아져 나왔던 공장 매물도 올들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경기도 시화공단에서 공장매매 및 임대 중개를 해주는 최고부동산의 안효중 사장은 "경제 위기감이 고조됐던 작년 11,12월에 비해 팔거나 임대를 위해 시장에 나온 공장이 15% 가량 줄어든 것 같다"며 "공장을 구하는 수요가 늘면서 매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광진·유병연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