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예티실내인공암장.

비박산행(텐트 없이 하는 노영) 전문가인 조재문씨가 등산용품점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15평규모의 스포츠클라이밍 공간이다.

등산용품점과 유리벽으로 맞닿은 이곳을 독차지한 사람은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전민식씨.

스포츠클라이밍 경력 2년의 아마추어다.

30여분을 스트레칭과 팔굽혀펴기로 몸을 푼 뒤 오른편 벽면으로 다가선다.

초크백 속의 탄산마그네슘가루를 두 손바닥에 묻힌 뒤 왼팔을 뻗어 핸드홀드를 잡는다.

오른발을 풋홀드에 딛고 뛰듯이 오르며 오른손으로 미리 봐두었던 핸드홀드를 잡는다.

마지막 왼발을 풋홀드에 올려 균형을 잡는다.

차분한 좌우이동에 천정 공격이 이어진다.

만화 속의 스파이더맨 같다.

한시간 정도의 스포츠클라이밍.

전씨의 가슴팍과 등줄기에 땀이 흥건히 배어난다.

실내 스포츠클라이밍이 한겨울 레포츠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인공암벽에 부착된 핸드홀드(손으로 잡는 돌출물)와 풋홀드(발을 딛는 돌출물)를 이용, 기어오르고 거꾸로 매달리기도 하며 몸을 이동시키는 스포츠.

실내와 실외에 인공암장이 있는데 겨울철에는 실내인공암장만 운영된다.

애호가는 실제 암벽등반을 즐기는 전문산악인이 많다.

서울클라이밍센터의 안강영씨는 "전국의 스포츠클라이밍 애호가는 1만여명으로 추산된다"며 "이중 90%는 전문산악인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암벽등반에 대비, 겨울철에는 실내인공암장을 찾아 몸을 만든다는 것.

그러나 일반인 애호가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직장인과 주부는 물론 가족단위로 실내인공암장을 찾는 경우도 많다.

자연암벽 등반에 못지 않은 스릴과 성취감을 맛보며 기대이상의 운동효과를 거둘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운동효과는 뱃살과 군살빼기.

"틈나는대로 운동하다 보면 어느새 뱃살이 빠진 것을 보고 놀라게 될 것"이라는게 전씨의 체험담이다.

골프나 테니스처럼 특정부위의 근육을 쓰는 운동과 달리 전신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킬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혈액순환과 균형감각 발달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아이들이라면 다음에 잡을 홀드와 진로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상황대처능력을 키울수 있다"고 안강영씨는 덧붙인다.

다른 스포츠활동에 비해 비용부담이 적다는 점도 매력이다.

월 2만~6만원이면 대부분의 실내인공암장을 마음대로 이용할수 있는 것.

배우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왕초보라도 2주정도 연구해 연습을 하면 90도각도의 수직벽, 오버행, 크랙, 슬랩 등 다양한 경사도의 루트도 어렵지 않게 오를수 있다.

홀더의 위치를 바꿔 루트의 난이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있다.

장비는 간단하다.

암벽화와 초크백, 소모품인 미끄럼방지용 탄산마그네슘가루만 구입하면 끝이다.

암벽화는 국산이 5만원 내외며 수입브랜드는 10만원선이다.

초크백은 1만원, 탄산마그네슘가루는 1천원정도.

실외의 높은 인공암벽이 아니라면 자일(15만원)을 살 필요는 없다.

입문자라면 암벽화를 구입하기 보다 대여를 해주는 인공암장을 찾는 편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딱딱한 암벽화를 처음 신으면 발이 아파 좀 넉넉한 치수로 사기 십상인데 이경우 열이면 아홉이 1~2달 뒤 바꾸게 된다는 것.

일단 빌린 암벽화로 발을 적응시킨 다음 발가락의 힘을 최대한 이용할수 있게끔 딱 맞는 새 암벽화를 구입하는게 순서라는 설명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