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기술주가 되살아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기술주의 풍향계인 나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기술주가 올들어 상승무드를 이어가고 있다.

올들어 지난 24일까지 미국과 유럽 아시아증시에서 첨단기술주들이 주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약 16%나 급등, 작년 한햇동안 주가 하락률(39%)의 절반 가까이를 만회했다.

연초부터 나타난 세계증시의 기술주 상승세는 24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미국과 유럽에서는 컴퓨터, 반도체, 인터넷 관련주 등 신경제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뉴욕증시에서는 컴팩컴퓨터의 올해 실적호전 전망이 나오면서 첨단주가 동반상승, 나스닥지수가 0.7%(18.76포인트) 오른 2,859.15에 거래를 마감했다.

유럽증시에서도 첨단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주로 첨단기술주들로 구성된 코스닥시장에서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닷컴주의 주도 속에 주가가 급등, 코스닥지수가 올들어 58%나 폭등했다.

이는 거래소시장 상승률의 2배가 넘어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는 세계증시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4억달러 규모의 뮤추얼펀드를 운용하는 필라델피아트러스트의 수석 투자책임자 리처드 시첼은 "기술주가 바닥을 쳤다는 관측에다 첨단기업들의 실적이 올 1.4분기부터는 호전될 것이란 기대감이 맞물려 투자자들 사이에 기술주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기술주 견인차는 세계 1위의 PC메이커인 컴팩컴퓨터였다.

컴팩은 수요둔화라는 어려운 시장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 20~25%의 판매수익률을 올릴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아 그동안 증시를 지배해온 PC주 비관론을 씻어냈다.

이에따라 리먼브러더스와 JP모건체이스증권은 컴팩의 투자등급을 "보유"에서 "매수추천"으로 상향조정했다.

컴팩 주가는 이날 하루사이에 9% 급등했다.

컴팩발(發) 낙관론은 꺼져 가던 PC주에 불을 지폈다.

델컴퓨터의 주가가 2.8% 올랐으며 휴렛패커드(2%), IBM(1.26%), 게이트웨이(0.2%) 등의 주가도 일제히 상승했다.

PC주 랠리의 훈풍을 타고 반도체주도 상승세를 보였다.

반도체 설계업체인 램버스의 주가는 9%이상 급등했으며 마이크론테크놀로지(3.7%)와 인텔(2.5%)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반도체주의 추이를 보여주는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Soxx)가 이날 1.5%(10.65포인트) 오르면서 올들어 모두 약 2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터넷주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아마존과 야후 주가는 이날 각각 15.5%와 10.1%씩 폭등했으며 e베이 주가도 3.8% 뛰었다.

미국의 기술주 랠리는 유럽으로 이어졌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는 프랑스텔레콤(5.4% 상승),영국 보다폰(3.8% 상승) 등 첨단 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반도체칩 디자인회사인 ARM홀딩스, 첨단기술주펀드 회사인 3i그룹 등도 큰 폭 올랐으며 독일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는 8% 가까이 급등하면서 3주째 강세를 유지했다.

이같은 기술주 상승에는 기업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 외에 미국 경제가 생각만큼 악화되진 않으리란 예상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행가협회는 경제 및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발표를 통해 "앞으로 세차례의 추가 금리인하와 세금감면이 실현되면서 올해 미국 경제가 2.5%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의 투자자문사인 데인로셔의 수석 전략가 로버트 디키는 "나스닥지수의 3,000선 돌파 여부가 투자심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단 3,000선만 넘으면 곧바로 3,500 돌파를 시도, 장기적인 상승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