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남용되고 있다.

인터넷 업체들이 회원들을 받을 때 특별한 이유 없이 관행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있어 주민등록번호 유출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인터넷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회원으로 가입할 때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사회보장번호를 받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가 있는 주민등록번호를 받는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업체들은 주민등록번호를 의무적으로 받는 것에 대해 ''실명 확인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실명 확인이 필요 없는 경우에도 주민등록번호를 받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단순히 e메일 계정을 주는 A사는 회원으로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의무적으로 입력해야 한다.

무료인터넷전화 서비스 업체인 B사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포털 업체인 C사와 온라인 게임업체인 D사 또한 주민등록번호를 회원 가입의 필수항목으로 넣었다.

이들 인터넷 업체가 받은 회원들의 주민등록번호는 서비스와 아무 관계가 없을 뿐더러 사실상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일부 인터넷 업체들은 "주민등록번호는 회원의 생년월일과 성별을 확인할 수 있어 마케팅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인터넷에서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주민등록번호가 회원 가입의 필수 요건이 돼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부연했다.

예컨대 인터넷을 통한 금융거래와 인터넷 쇼핑몰을 비롯한 전자상거래에서는 실명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한국신용정보를 통한 실명확인 절차가 필수적이다.

한국신용정보에 실명 확인을 할 경우 한 건에 1백원 미만의 비용이 든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은 회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한국신용정보에 의뢰해 실명인지 확인한다.

최근 유료 콘텐츠 판매를 시작한 인티즌도 한국신용정보를 통한 실명확인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