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부 < 서울시의회의장 Lyb@Lybcv21.co.kr >

지하철역 통로를 지나다보면 한쪽 귀퉁이에 쪼그려 앉아 마치 돈에 대한 한풀이를 하듯이 즉석복권을 박박 긁어대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때마다 이솝우화의 ''산나귀와 집나귀''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느날 민가에 온 산나귀는 집나귀가 주인이 푸짐하게 차려준 여물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몹시 부러워했다.

산나귀는 다같은 나귀인데 세상이 정말 불공평하다고 푸념했다.

''무슨 운명을 타고났기에 어떤 나귀는 집나귀가 되어 먹을 것 걱정없이 행복하고,어떤 나귀는 산나귀가 되어 풀 한 포기를 뜯기 위해 계절마다 이 산 저 산을 떠돌아다니며 고달프게 살아야 하나…''라는 신세타령이 절로 나왔다.

이처럼 자신의 처지를 불행하게만 여기던 산나귀가 어느날 엄청난 짐을 싣고 산허리를 오르는 나귀를 발견했다.

그 나귀가 저보다 불쌍하게 보여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얼마전 민가에서 봤던 집나귀였다.

산나귀는 그제서야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보게 됐으며 푸짐한 음식을 먹는 나귀를 부러워하지 않게 됐다.

요즘 IMF 경제위기에 이어 벤처 붐이 이는 등 사회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황금만능주의가 기세를 더하는 듯하다.

행복과 불행의 잣대를 돈으로 재려고 하기가 일쑤다.

그러다보니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풍조가 만연한다.

복권 경마 카지노 슬롯머신 경륜 등 행운과 사행심에 의존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대박증후군''에 걸린 사람들로 붐빈다.

인류는 뭔가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창의력은 행운과 ''대박''에 의지하는 순간 힘을 잃게 마련이다.

젊은사람들까지 즉석복권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인류문명을 빛낸 창의력을 즉석복권과 함께 긁어내 버리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