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美주도 '세계화' 이데올로기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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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58년 하버드대의 대니얼 벨 교수는 ''이데올로기의 종말''이란 책을 썼다.
재미있는 점은 벨이 표현했던 ''이데올로기''란 용어가 오늘날 모스크바가 아닌 워싱턴에서 훨씬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냉전시대때 미국은 구소련에 대해 ''지나치게 이념적''이라고 비난했는데 이는 구소련이 경직되고 기계적인 이념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구소련이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데 붉은 군대의 탱크를 동원했다면 오늘날 미국은 ''메이드인 USA''이념을 전세계로 보급하는데 강력한 경제력과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이면에는 필수적으로 3개의 구성요소가 있다.
세계화 자유무역 민주주의가 바로 그것으로 이들 요소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워싱턴의 이데올로기는 세계적인 경제통합은 좋은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를 통해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외간 경쟁을 촉발하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선택의 폭도 넓어지게 되며 각국 정부는 경쟁력 있는 상품에 특화할 수도 있게 된다.
무엇보다 교역상대국간 전쟁의 위험성이 사라진다는 것도 장점중 하나다.
요컨대 세계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계화와 자유화 민주화라는 것이 워싱턴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다.
이러한 가정의 일부는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일부는 잘못된 것이다.
오늘날 시장이 부(富)를 창조하는 강력한 수단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본주의는 그러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뛰어난 제도라는 점은 입증했지만 부의 균등분배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그리고 인간의 삶이라는 것도 워싱턴 이데올로기가 상정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멕시코가 자유화의 방침을 정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서명했을때 일부 농민들은 미국의 값싼 농산물이 자신들의 생활기반을 파괴할 것이라며 격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일부 논란이 있긴 하지만 NAFTA가입 이후 멕시코는 실업률이 줄었으며 최근엔 인터넷등 첨단기술과 우수인력의 유입이라는 이득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난 98년 외환위기를 겪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의 프로그램을 따랐지만 결과는 극도의 정정불안과 수하르토 정권의 붕괴였다.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는 경제개발면에선 실패를 맛보았지만 정치적으론 보다 큰 민주주의를 경험한 셈이 됐다.
인접한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와 반대로 IMF의 규제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본통제정책을 도입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의 주도하에 실시된 통제정책은 보다 작은 민주주의와 자유화를 국민들에게 강요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말레이시아 경제는 인도네시아보다 훨씬 빨리 회복됐다.
이처럼 다양한 각국들의 사례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동전의 양면처럼 보이는 세계화와 자유화가 실상은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라는 점이다.
각국은 자유화없이 세계화를 할 수도 있고 세계화없이 자유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자유무역에는 분명 이점이 존재하지만 이득이 부국과 빈국에 균등하게 나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날은 지식경제에 기반한 ''3의 물결''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사회의 키워드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동질성이 아닌 다양성이다.
이런 점에서 워싱턴 이데올로기는 고장난 자동차처럼 리콜할 필요가 있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재미있는 점은 벨이 표현했던 ''이데올로기''란 용어가 오늘날 모스크바가 아닌 워싱턴에서 훨씬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냉전시대때 미국은 구소련에 대해 ''지나치게 이념적''이라고 비난했는데 이는 구소련이 경직되고 기계적인 이념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구소련이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데 붉은 군대의 탱크를 동원했다면 오늘날 미국은 ''메이드인 USA''이념을 전세계로 보급하는데 강력한 경제력과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이면에는 필수적으로 3개의 구성요소가 있다.
세계화 자유무역 민주주의가 바로 그것으로 이들 요소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워싱턴의 이데올로기는 세계적인 경제통합은 좋은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를 통해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외간 경쟁을 촉발하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선택의 폭도 넓어지게 되며 각국 정부는 경쟁력 있는 상품에 특화할 수도 있게 된다.
무엇보다 교역상대국간 전쟁의 위험성이 사라진다는 것도 장점중 하나다.
요컨대 세계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계화와 자유화 민주화라는 것이 워싱턴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다.
이러한 가정의 일부는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일부는 잘못된 것이다.
오늘날 시장이 부(富)를 창조하는 강력한 수단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본주의는 그러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뛰어난 제도라는 점은 입증했지만 부의 균등분배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그리고 인간의 삶이라는 것도 워싱턴 이데올로기가 상정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멕시코가 자유화의 방침을 정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서명했을때 일부 농민들은 미국의 값싼 농산물이 자신들의 생활기반을 파괴할 것이라며 격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일부 논란이 있긴 하지만 NAFTA가입 이후 멕시코는 실업률이 줄었으며 최근엔 인터넷등 첨단기술과 우수인력의 유입이라는 이득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와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난 98년 외환위기를 겪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의 프로그램을 따랐지만 결과는 극도의 정정불안과 수하르토 정권의 붕괴였다.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는 경제개발면에선 실패를 맛보았지만 정치적으론 보다 큰 민주주의를 경험한 셈이 됐다.
인접한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와 반대로 IMF의 규제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본통제정책을 도입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의 주도하에 실시된 통제정책은 보다 작은 민주주의와 자유화를 국민들에게 강요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말레이시아 경제는 인도네시아보다 훨씬 빨리 회복됐다.
이처럼 다양한 각국들의 사례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동전의 양면처럼 보이는 세계화와 자유화가 실상은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라는 점이다.
각국은 자유화없이 세계화를 할 수도 있고 세계화없이 자유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자유무역에는 분명 이점이 존재하지만 이득이 부국과 빈국에 균등하게 나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날은 지식경제에 기반한 ''3의 물결''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사회의 키워드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동질성이 아닌 다양성이다.
이런 점에서 워싱턴 이데올로기는 고장난 자동차처럼 리콜할 필요가 있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